‘전방 자원근무’ 뇌성마비 장애인 박세호씨 軍부대 강연

  • 입력 2004년 2월 27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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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1일 군복무를 마친 박세호씨는 27일 부산 해운대 53사단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군복무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최재호기자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1일 군복무를 마친 박세호씨는 27일 부산 해운대 53사단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군복무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최재호기자
“군복무는 사랑을 알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만이 하는 것입니다. 내 나라를 사랑하며, 내 가족을 사랑하며, 내 친구를 사랑할 수 있는 자만이 군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이면서도 “하루라도 좋으니 비무장지대(DMZ)에서 나라를 지킬 수 있게 해 달라”고 2002년 2월 국방부 홈페이지에 입영희망 민원을 냈던 박세호(朴世鎬·35·부산 기장군 기장읍)씨.

거동조차 힘든 그는 27일 오전 부인 이상미(李尙美·40)씨의 부축을 받으며 부산 해운대 53사단 대강당에서 ‘나누는 삶의 아름다움’이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그해 4월 30일 1사단 전진부대에서 불침번 근무를 서고 ‘02-명예00001’이란 장애인 군번을 받고 한없이 울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당시 한 유명 연예인의 병역기피 뉴스를 보고 피가 역류하는 것 같아 민원을 제기했었지요. 단 하루지만 나도 여러분과 같은 군인이었습니다.”

언어장애까지 겹쳐 중간중간 부인 이씨의 통역이 이어지자 500여 장병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근무 후 군복을 입은 채 휠체어를 타고 집에 들어서자 할머니가 상이군경으로 대해 준 이야기며, 기차 안에서 군기를 잡으려던 장교의 이야기가 이어지자 강연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선천성 장애, 성장 과정과 결혼, 장애를 극복하고 88장애인올림픽 육상 종목에서 2관왕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할 때는 장병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태극전사들이 받은 체육 최고훈장인 ‘맹호장’도 받았다는 그는 “군인이 되겠다는 의지에는 아무런 장애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1시간반 동안의 강연을 마치며 장병들에게 “전역 후에라도 장애인에게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가져 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강연을 들은 채민석(蔡民錫·21) 이병은 “박씨의 장애극복 과정을 듣고 건강한 몸으로 군복무를 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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