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이벤트에 그친 청년 채용박람회

  • 입력 2004년 2월 3일 21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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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2시 울산 북구 연암동 울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1층 전시홀에서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구인·구직 만남의 장’ 행사가 열렸다.

울산시가 마련한 이날 행사는 59개 업체와 기관을 비롯해 1250명의 구직자가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청년실업률(취업의사가 있으나 취업하지 못한 15∼29세의 실업률)이 지난해 12월 현재 8.0%(39만4000명)나 되고, 20대 취업자 가운데 절반이 임시직과 일용직인 상황에서 행정기관이 이 같은 행사를 마련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이벤트성’으로 비쳐져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먼저 울산지방노동사무소가 1998년부터 매년 개최해오던 이번 행사를 왜 올해는 울산시가 주관했느냐는 것.

노동사무소는 지난해 11월 청년 채용박람회를 열어 247명에게 일자리를 알선했으며 올해는 2, 3월중으로 행사를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주관으로 열린 ‘실버인력 채용박람회’에 참석한 박맹우(朴孟雨) 시장이 “청년 채용박람회도 개최하라”고 지시하자 관련부서는 부랴부랴 행사준비에 나섰다.

시는 이번 행사 직후 “구직자 405명에게 일자리를 알선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채용했다는 156명은 이 회사가 매년 정기적으로 선발하는 직업훈련원생으로, 이미 행사 5일 전인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3일까지 모집하고 있었다.

시가 이 회사의 직업훈련원생 모집을 ‘청년 일자리 알선’으로 이용한 셈이다.

역시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육군본부 부사관과 대한상의 직업훈련원생 모집 등도 이번 행사의 ‘실적’에 포함했다.

울산지방노동사무소 관계자도 “6년째 청년 채용박람회를 열고 있는 우리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시가 왜 느닷없이 이번 행사를 열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시는 1500만원을 사용했지만 올해 시가 실업해소를 위해 책정한 21억원도 이번처럼 사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실질적인 실업대책 없이 ‘전시성 이벤트’만 계속될 때 청년실업 해소는 요원할 뿐이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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