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대학입학 3형제의 '나대로 학습'

  • 입력 2004년 2월 2일 15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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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을 포기하고 '스스로 학습'을 통해 중고교 과정을 마친 삼형제가 대학에 차례로 최연소 입학해 화제다.

초등학교 4학년을 자퇴한 이영행군(15)은 최근 2004년도 순천대 기초과학부 정시모집에서 최연소 합격했다. 영행군의 큰 형 영수군(17·식물자원과 3년)은 2002학년도에, 둘째 형 영속군(16·식물자원과 2년)도 2003학년도에 이 대학 최연소 입학했다.

영수군은 6학년, 영속군은 5학년, 영행군은 4학년 때 아버지 이신씨(48·목사)의 권유로 초등학교를 그만뒀다. 막내 영종군(14)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자퇴해 올 4월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하면 내년에 순천대 영어교육과를 지원할 생각이다.

전남 여수시 율촌면 농촌마을에서 목회활동을 하는 이씨는 자식들에게 자퇴를 강요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 중고교 교육과정에 대해 회의적인 이씨는 아들 4형제가 어느 정도 공교육을 경험하게 한 뒤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다.

이씨는 막내 영종군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1998년부터 방학 때면 아이들에게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줬다. 다양한 참고서를 주고 교과목의 진도에 맞춰 공부하도록 한 뒤 짬짬이 시험을 봤다. 이씨는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해도 교과목을 이해할 정도의 수준이 됐다고 판단되면 현 교육의 실상과 조기학습에 대해 토론하며 의견을 물은 뒤 최종 결단을 내렸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강요하기 보다는 스스로 경험하고 선택하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공교육은 이런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씨는 검정고시 준비도 아이들의 자율에 맡겼다. 스스로 과목별 학습 교재를 고르도록 하고 일부 과목은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실력을 갖추도록 했다. 그 결과 삼형제는 1~2년 안에 모두 중졸,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맏형 영수군은 "고졸 검정고시를 보기 전 한달 가량 학원을 다녔는데 혼자 공부하는 게 낫겠다 싶어 학원을 그만 둔 뒤로는 동생들도 학원 문턱을 밟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중고교 과정을 짧게 공부한 만큼 아이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평소에 관심 있는 분야를 탐구하도록 배려했다. 그 결과 법학에 관심이 많은 영수군은 다양한 관련 서적을 읽은 덕분에 입학 전에 민법총칙과 물건법 공부를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 어학에 재능이 있는 막내 영종군은 현재 히브리어와 그리스어를 배우고 있다.

이씨는 "과외 열풍과 조령모개식으로 바뀌어온 교육정책 등이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가져왔다"면서 "공교육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활과 교육은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평소 생각을 아이들에게 권했다"고 말했다.

여수=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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