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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월 15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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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지역에서 고속버스 운전사로 일하던 도모씨(37)는 2000년 1월 회사 동료와 술을 마시고 술집 여종업원을 집에 태워다줬다. 1주일 뒤 이 여종업원으로부터 난데없이 강간 혐의로 고소를 당해 경찰서에 출두한 도씨는 이후 무혐의 처분됐으나 조사과정에서 양주 5잔을 마신 사실을 털어 놓았다.
경찰은 운전자가 마신 술의 양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는 ‘위드마크 방식’을 사용해 혈중알코올농도를 0.142%로 계산한 뒤 도씨에게 면허취소처분을 내렸다.
경찰은 양주 한 잔을 50mL로 계산했으나 도씨는 약국에서 주사기를 구입해 양주잔을 물로 채워본 결과 양주 한 잔이 30mL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기준으로 계산하면 혈중알코올농도는 0.0556%로 면허취소기준(0.1%)에 훨씬 못 미친다.
그는 강원지방경찰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운전면허 취소처분은 부당하다”는 원고 승소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운전면허 취소로 직장을 잃은 도씨는 공사장 고철 수집 등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다 빈집에 들어가 귀금속과 현금을 훔치는 바람에 교도소 신세를 지게 됐다. 도씨는 “경찰이 공권력을 부당하게 행사하지만 않았더라도 죄를 짓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옥중에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도씨에게 법원의 도움을 받아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소송구조’를 신청할 것을 권유했고 도씨는 지난해 2월에야 가까스로 변호사를 구했다.
서울지법 민사83단독 전성희(全晟喜) 판사는 “경찰의 직무상 과실이 인정되고 그로 인해 도씨가 직업을 잃었다”면서 “위자료 600만원과 부당하게 직업을 잃어 못 받은 월급 1400만원 등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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