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孫 회장식 경영관행 더는 안 된다

  • 입력 2004년 1월 9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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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손길승 SK그룹 회장이 1조원대의 SK해운 자금을 선물투자와 계열사 부당 지원에 사용해 회사에 큰 손실을 끼친 혐의를 잡았다고 한다. 손 회장은 또 380억원 규모의 법인세를 포탈하고, 회사자금 일부를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도(正道)를 크게 벗어난 경영 행태로 법의 심판과 사회적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다른 재벌기업들도 불법 대선자금 제공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지만 손 회장은 이와는 차원이 다른 경영 부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손 회장과 SK의 경우가 국내 대기업의 일반적인 행태인 양 확대 해석돼 한국기업 전체와 국가 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여러 대기업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함으로써 국제적 신뢰를 떨어뜨리고 국내적 반(反)기업 정서를 키우는 결과를 빚었지만, 그래도 최근 수년 사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검찰이 잡은 혐의대로라면 SK는 이 같은 기업 변신에 둔감하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버리지 못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국민과 노조의 지나친 반기업 정서도 잘못이지만 윤리경영 투명경영을 하지 않은 기업 스스로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수모를 당하며 저평가되는 것도 바로 불투명한 회계 관행과 정경유착 때문이다. 이렇듯 낙후된 기업과 정치의 지배구조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적응하지 못한다.

이번 기회에 불투명한 기업회계와 정경유착의 낡은 관행을 단절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손 회장이 유용했다는 거대 자금의 사용처를 낱낱이 밝혀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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