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황인순/아이들의 슬픈 방학

  • 입력 2004년 1월 5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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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순
서울에 사는 큰시누이의 아들이 겨울방학을 맞아 며칠 전 우리 집에 놀러 왔다. 아파트에 사는 조카는 시골 생활이 마냥 즐거운지 3년 전부터 해마다 방학이면 우리 집에 온다.

재작년 방학 때의 일이다. 큰 시누이 아들이 왔다는 소식에 형님, 작은시누이 아이들까지 몰려와 8명의 아이들이 우리 집에서 지내게 됐다. 그 바람에 조용하던 집은 아이들 북적이는 소리로 잠시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조용히 하라’고 아무리 타일러도 아이들은 1분도 채 되지 않아 뒹굴고 장난치고 깔깔거려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지만 천진난만한 동심을 느낄 수 있었다.

방학이 끝나갈 무렵, 각자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던 아이들이 저녁도 먹지 않은 채 방 안에서 훌쩍거리고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면 그 동안 빠진 학원수업을 보충하기 위해 두 배로 공부해야 한다”며 울먹이는 게 아닌가.

공부에 대한 중압감이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큰시누이의 설명인 즉 “매달 50만원을 학원비로 쏟아 붓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할 말을 잃었다. 우리 가족 한달 생활비로 충분한 돈이었기 때문이다.

남들이 다 하니까 혹시 내 아이가 뒤쳐질까봐 할 수 없이 학원에 보낸다는 시누이 말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들에게 강압적인 교육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해마다 대입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 성적을 비관해 자살했다는 등의 소식이 들린다. 못다 핀 꽃이 꺾이는 일이 더 이상 생겨선 안 된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학업 성적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겨울방학에 아이들에게 학원 대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건 어떨까.

황인순 주부·경북 구미시 옥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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