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라이프]사찰-교회서 만난 '새해소망'

  • 입력 2004년 1월 4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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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를 찾은 한 여성이 연등 아래에서 새해 소원을 빌고 있다. -박주일기자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를 찾은 한 여성이 연등 아래에서 새해 소원을 빌고 있다. -박주일기자
갑신년 새해가 밝았다. 고단한 삶에 지치고 때로는 좌절하지만 그래도 ‘새해에는 뭔가 달라지리라’는 희망 때문에 사람들은 또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다.

새해를 맞아 사찰과 교회 등을 찾아 사람들이 소망하는 게 뭔지, 그들의 마음 속 이야기를 살짝 들어 봤다.

▽연등(燃燈)과 함께 소망 담아=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하나하나 이름이 붙은 형형색색의 연등이 대웅전과 450년이 넘었다는 회화나무를 사이에 두고 하늘을 덮었다.

연등을 단 줄과는 별개로 걸린 줄에는 빼곡히 소망을 담은 쪽지들이 달려 있었다. 내용을 다 볼 수는 없었지만 가족의 평안을 비는 내용이 대부분.

기도에 여념이 없던 문모씨(33·여)는 “작년에 남편의 사업이 무척 힘들었다”면서 “그래도 건강해야 뭐라도 이룰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불교신자인 어머니와 함께 온 기독교인 한혜리씨(20·여)는 “힘든 세상을 헤쳐 나갈 자신감을 달라고 빌었다”고 말했다.

신도회 사무처의 최명자 총무부장은 “조계사 돌담 아래에 작은 연못을 만들어 연꽃 향기를 마시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을 내비쳤다.

▽신년기도회로 붐빈 교회와 성당=이날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순복음교회 대성전에는 2만여명의 신도가 모여 신년기도회를 가졌다.

김태복 목사는 “교회에 다니는 정치인들이 구속되는 것을 보면서 ‘예수 믿으면 뭐 하냐’는 비난이 쏟아질 때 가슴이 아팠다”며 “올해는 전체 기독교인이 자성운동을 펼쳐 하나님이 원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톨릭에서 1월 1일은 성모마리아 대축일. 대부분의 성당은 이날을 기념해 신년미사를 가졌다. 성당에 따라 소원을 비는 촛불을 밝히거나 새해 소원을 종이에 써서 봉헌함에 넣는 행사도 열렸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성당 관계자는 “신도들의 새해 소망을 곧 성당 내에서 전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평화를 바라는 이슬람 사원=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슬람사원은 금요예배에 참석한 교인들로 북적였다. 국내 이슬람교도는 한국인 3만명을 포함해 10만여명.

이슬람력으로 ‘무하람’이라 불리는 새해 첫날(올해는 2월 22일)이 따로 있어 이날이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신도들은 고통 받는 중동 지역 형제들의 평안을 빌었다.

한국에 온 지 6년 된 터키인 시난 오즈투르크(31)는 ‘서울의 변화’를 소망했다.

“강제 5부제를 실시해서라도 교통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자신과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도 받아들일 줄 알고, 술도 좀 그만 권했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자꾸만 미국을 닮아가는 것 같은데 서울의 풍경이 자기 것을 지켜 가길 바랍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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