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김천구미역’ 역명 갈등

  • 입력 2003년 11월 27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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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명칭이 왜 이래. 죽어도 김천역이어야 한다.” “어느 지역 사람들이 많이 타나. 김천구미역으로 하자.”

중간역 설치를 둘러싸고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고속철도가 이번에는 역명(驛名) 때문에 지자체끼리 심각한 감정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오랫동안 고속철도 김천역사 유치운동을 펼쳤던 경북 김천시는 건설교통부가 김천 중간역 설치를 공식 발표하자 “김천의 자존심을 회복한 경사”라며 만세를 불렀다.

그러나 곧 역사 명칭이 잘못됐다며 “김천역으로 하지 않으면 차라리 역사를 짓지 말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역 명칭을 ‘김천역’으로 공식 발표하지 않으면 대정부투쟁에 돌입한다는 태세다.

박팔용(朴八用) 김천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김천시민들은 김천역을 세우기 위해 참으로 눈물겨운 싸움을 해왔는데 느닷없이 김천구미역으로 하는 것은 김천시민의 자존심을 뭉개는 것”이라며 “역사 위치 등 다른 것은 양보하더라도 역명만큼은 반드시 김천역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웃 구미시는 “그동안 김천시민들이 역사 유치를 위해 노력한 것은 잘 알지만 어차피 중간역을 만든다면 김천구미역으로 하는 게 더 낫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구미지역 시민단체와 주민 등은 ‘경부고속철도 구미 인근 역사건립 범시민추진회’를 결성하고 건교부와 산자부에 “반드시 김천구미역 명칭을 사용해 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추진위는 “역 이용객의 70% 이상이 구미 쪽 사람들인 데다 구미공단의 역할 등을 고려할 때 김천구미역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충남 천안시와 아산시에 걸치는 고속철 역명도 건교부가 ‘천안아산역(온양온천)’으로 결정하자 아산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아산시 일부 주민들은 26일 건설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천안아산역’ 또는 ‘천안아산역(온양온천)’ 명칭은 부당하다며 역사명칭 결정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낸 바 있다.

김천·구미=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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