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기피풍조 나라 망친다”…대학학장들 대통령에 건의문

  • 입력 2003년 11월 26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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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이공계 대학 학장들이 26일 정오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전국 이공계 대학장 협의회’를 구성하고 ‘대통령께 드리는 건의문’을 발표했다. -강병기기자
전국 이공계 대학 학장들이 26일 정오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전국 이공계 대학장 협의회’를 구성하고 ‘대통령께 드리는 건의문’을 발표했다. -강병기기자
전국 이공계 대학 학장들이 ‘이공계 살리기’에 적극 나섰다.

전국 자연과학대 공과대 농학계대 등 3개 계열 대학 학장협의회는 26일 낮 12시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전국 이공계 대학장 협의회’를 구성하고 ‘대통령께 드리는 건의문’을 발표했다.

이공계 216개 단과대 학장들이 뜻을 모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공식 건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

협의회는 “앞으로 10년, 20년 후를 생각할 때 더 이상 이공계 기피 현상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 학장들이 직접 나서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모임에는 전국 이공계 대학장 중 대표로 17명이 모였다.

전국 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장 김하석(金夏奭·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장) 교수는 “10년 후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인력 수급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정부 대학 사회가 함께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입법부 행정부 산업계 학계 연구계를 망라하는 비상협의체 구성 △이공계 여성 인력 활용 등 인력수급체제 개선 △대학입시제도 개선을 통한 이공계 인재 선발 자율권 보장 △대학 교육수준 향상을 위한 정부 및 기업 투자 활성화 △기숙사 확충, 병역 대체복무제 도입과 같은 구체적인 유인책 마련 등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학장들은 이를 위해 지난주 정부 관계자, 각 정당 정책위의장 등과 함께 ‘이공계 살리기, 대책과 방안’이라는 심포지엄을 여는 한편 협의회별로 전국적인 모임을 갖고 의견을 수렴했다.

전국 공과대학장협의회장인 한민구(韓民九) 서울대 공대 학장은 “최근 의·치·한의예, 수의대, 약대 등에만 우수한 학생이 몰려 국내 이공계 대학 우수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며 “국제경쟁이 치열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우리나라만 우수인재의 기피 현상이 계속될 경우 앞으로 심각한 국가적 문제가 될 것이라는 데 전국 학장들이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한 학장은 “경쟁 대상국 중 한창 연구할 나이에 2∼3년씩 군대에 가야 하는 나라는 없다”며 “대체복무제 도입 등 획기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밤늦게까지 실험하는 이공계 학생들을 위해 기숙사 등 기본 시설을 확충하고 올림피아드 수상자 등 우수 학생을 자유롭게 선발할 수 있도록 입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와 함께 과학 분야에서는 수년에 걸친 지속적 연구가 중요하므로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고 연구비 지원이 중단되는 현 국책연구소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학장들은 “통신, 소프트웨어 분야의 발전을 바탕으로 1995년 이후 10%대의 성장을 보이고 있는 이스라엘의 성장 동력은 인구 1만명당 135명에 달하는 높은 과학기술인력 비율”이라고 덧붙였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학장들 건의내용▼

-연구계 총망라 비상협의회 구성

-여성인력 활용등 수급체계 개선

-대입 이공계 선발 자율권 보장

-대학교육 수준 향상 위한 투자

-병역혜택 등 인력 유인책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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