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쑥돼지가 복돼지네요" …농가 '불황속 함박웃음'

  • 입력 2003년 11월 21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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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돼지’로 양돈업 불황을 극복합니다.”

올 들어 돼지 값 폭락세가 계속되면서 전국의 양돈농가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영주와 예천 등 경북 북부지역 일부 농민들로 구성된 ‘소백산쑥돈’ 영농조합법인은 독특한 돼지고기 제품으로 활로를 열어가고 있다.

특히 이 영농조합법인이 생산하는 쑥돼지는 시중가보다 비싼 값에 전량 판로가 보장돼 있어 돼지 값이 생산원가보다 낮은 폭락세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회원들의 흑자영농 유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쑥돼지는 경북도 축산기술연구소(영주시 안정면 묵리)가 개발한 ‘쑥사료’를 먹여 키운 것으로 육류가공업체인 ㈜동아LPC에 일반돼지보다 마리당 8000원에서 1만원 정도 높은 가격에 전량 납품되고 있다.

영농법인 측은 또 동아LPC가 물량이 적어 대도시의 백화점 등에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월 1800∼2000마리인 납품량을 3000마리 정도로 늘려줄 것을 최근 요구해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영농법인 회장인 권영흠씨(46·영주시 장수면 갈산2리)는 “지난해 10월 법인 설립 당시 가입농민은 9가구였으나 현재 회원은 11가구”라며 “또 최근 농민 2가구가 가입신청서를 추가 제출했으며 가입문의 등이 잇따르고 있어 앞으로 회원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쑥돼지는 생후 45일 이후부터 농협안동사료공장에서 생산하는 쑥사료만 먹여 키우기 때문에 맛이 뛰어난 데다 다른 제품에 비해 콜레스테롤이 적고 불포화지방산이 많으며 돼지 특유의 잡냄새가 나지 않아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경북도 축산기술연구소는 쑥이 노화방지와 혈액순환 촉진 등의 효과가 있으나 특유의 쓴 맛 때문에 가축사료로 활용되지 못하는 점을 개선해 일반사료와 쑥을 섞은 ‘쑥펠렛사료’를 개발, 2001년 9월 특허출원한 뒤 기술을 이 영농법인에 이전했다.

현재 영농법인 회원들은 나름대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려 상당수 양돈농가가 파산하거나 금융기관에 대출자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것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량 감소와 사육두수 증가 등으로 100kg짜리 어미돼지 값은 올 초부터 생산원가(15만5000원)를 밑도는 15만2000원에 형성된 뒤 21일 현재 14만9700원에 머물고 있다.

쑥돼지 3000여 마리를 사육 중인 김춘열씨(51·예천군 용궁면 산택리)는 “흑자 폭이 크지는 않지만 별다른 어려움은 없으며 돼지 값이 좀 더 오르면 수익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쑥사료를 사용하면 축사 내에 악취를 제거하는 효과도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영주=최성진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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