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슈추적/부천 '빛의 축제' 재개최 논란

  • 입력 2003년 11월 19일 19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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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결과 시민 대부분이 앙코르 공연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설문 대상자의 0.6∼1%만 응답했는데 시민 전체의 뜻으로 해석해도 되는 겁니까.”

경기 부천시가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이탈리아 전통 빛의 축제인 ‘루미나리에’를 12월에 다시 개최하기로 방침을 정하자 시민단체 등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천시에 따르면 시 승격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0월 1∼20일 원미구 상동신도시 호수공원에서 열린 루미나리에 행사에 52만여명이 다녀갔다.

그러나 당초 유치목표(80만명)를 밑돌아 이 행사를 개최하는데 50억원을 투자한 M사는 17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것.

축제가 끝난 뒤 M사와 상동신도시 주변 상인 등은 시에 앙코르 공연을 건의했다. 이에 시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시민들을 대상으로 축제에 대한 만족도와 앙코르 공연 참석 여부 등을 묻는 여론조사를 전화와 e메일을 통해 실시했다.

전화조사는 시민 84만명 가운데 전화가입자 30만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의견을 물었지만 1%도 채 되지 않는 2000여명만 응답했다. 또 시가 관리하는 e메일 서비스 회원 6만1000명에게 e메일로 설문을 보낸 결과 0.6%인 371명이 조사에 응했다.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그저 그렇다’고 답한 전화 및 e메일 응답자는 각각 38%, 36%로 가장 많았다. ‘다소 미흡하다’는 응답은 23%와 26%, ‘많이 미흡했다’는 대답은 6%와 11%였다. ‘잘 진행됐다’는 33%와 20%였다.

그러나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아이스 쇼 등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앙코르 공연하면 참석하겠는가’라는 물음에는 전화 및 e메일 응답자의 79%와 84%가 참석하겠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설문조사와 함께 최근 시의원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시민이 앙코르 공연에 대체로 찬성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는 27일 부시장 등이 참석하는 루미나리에 행사 결과보고회를 열어 12월 19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축제를 다시 개최하기로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축제가 열린 호수공원 주변 상동신도시 주민들은 교통 체증 등을 이유로 앙코르 공연에 반대한다는 민원을 시에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시 인터넷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 등에는 루미나리에 때문에 훼손된 호수공원의 원상 복구를 요구하거나 앙코르 공연에 반대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시민 김민수씨는 “시민 만족도가 떨어지는 행사를 다시 개최하려는 의도가 뭐냐”며 “볼쇼이 발레단 공연을 끼워 넣어 참석 의사를 물은 것도 우습다”고 말했다.

부천시 이상훈 총무과장은 “M사와 상인들의 건의에 따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찬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앙코르 공연을 추진하고 있다”며 “시 이미지 홍보는 물론 경제적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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