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2·28 대구민주운동기념사업회 '수구논쟁' 포럼

  • 입력 2003년 11월 11일 21시 19분


‘수구세력의 본산인가, 합리적 보수의 요람인가.’

사단법인 2·28 대구 민주운동기념사업회는 10일 대구은행 본점 강당에서 ‘대구 경북지역 수구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의 포럼을 열었다.

2·28대구 민주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지역의 정치발전을 위해 마련된 이날 토론회는 정정길 울산대 총장의 기조연설과 지역 교수들의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정 총장은 “정치적 패배의식과 과거 지향적 냉소주의와 만연한 패배의식이 대구 경북지역에 위기를 몰아오고 있다”며 “지역민들은 일제시대 대구에서 일어난 국채보상운동이나 2·28운동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개인적 안위와 소아적 이해관계를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경북대 김석수 교수(철학)는 “대구가 ‘보수’라는 차원을 넘어 ‘수구’라는 부정적 의미로 이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독점적 일당체제의 동종교배와 동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 정치권을 개혁하기 위해 무엇보다 지역민들이 의식의 비민주성을 극복하고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사회과학연구원 이영환 원장은 “대구 경북을 수구세력으로 보는 일부의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정통성에 문제가 있는 ‘수구세력’과 민주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점진적으로 고쳐나가려는 ‘중도보수’는 반드시 구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대 김희곤 교수(사학)는 “‘보수’와 ‘진보’ 에는 모두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선과 정의’로 다른 한쪽을 ‘악과 불의’로 구분하는 것은 잘못된 논리”라며 “보수도 체제 내에서 역사발전을 지향하는 세력이기 때문에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민들은 진보세력과 공존 공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28 민주포럼 이완식 대표는 “한국 현대사에서 알게 모르게 수구세력의 본산으로 인식된 대구경북의 주민들은 안팎의 편견을 없애고 미래지향적 정체성을 찾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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