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유기농 국제경쟁 이미 시작됐다

  • 입력 2003년 11월 4일 19시 15분


미국 최대 유기농제품 유통업체인 수사(SUSA)가 내년부터 우리나라에 진출한다. 68년 설립된 SUSA는 5000여개의 유기농 천연약재와 4000여개의 유기농 제품을 판매하는 유기농 전문 업체. SUSA측은 한국의 유기농 시장이 성장가능성이 커 아시아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 진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산물 시장 개방과 함께 앞으로는 유기(organic) 제품이 시장 확보를 둘러싸고 국제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유기농업은 아직 초보단계이지만 ‘친환경농업육성법 시행령’(2001년)에 따라 2005년부터는 국제유기식품 규격을 지켜야 한다.

이런 가운데 경북 울진군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2005년 7월부터 20일 동안 울진 왕피천 일대에서 ‘울진 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를 개최키로 해 관심을 모은다.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통해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 행사에는 유기농업과 유기제품이 발달한 세계 20개국의 관련단체가 참가해 ‘유기’의 모든 것을 보여줄 예정이다. 김용수(金容守) 울진군수는 4일 “유기농산물을 국제적으로 인증 받아야하는 원년(2005년)에 맞춰 친환경농업엑스포를 구상했다”며 “울진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유기농업이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친환경농산물 생산량은 59만 4000t. 전체 농산물의 3%에 해당한다. 그러나 유기농산물에 대한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면 이보다 훨씬 못 미친다.

농림부는 친환경농업을 “농업과 환경의 조화로 지속가능한 농업 생산을 유도해 농가소득을 증대하고 환경을 보전하면서 농산물의 안정성도 추구하는 농업”이라고 규정한다.

‘유기농’이라는 말은 무공해 청정 유기농 저공해 무농약 같은 말과 혼용되지만 이 가운데 ‘유기농산물’이란 3년 이상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농산물을 가리킨다.

이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유기농산물 생산은 7만t으로 전체 농산물의 0.4%에 불과하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은 1∼2%가량이며, 덴마크는 3%정도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9월 서울시내 백화점 할인점에서 팔리는 유기가공식품 34종을 조사한 결과 국산 제품의 82%가 수입 유기농산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기농산물의 국제 경쟁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외국의 경우 유기 제품은 농산물뿐 아니라 수산물 화장품 가구 등 다양한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유기농업 연구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단국대 한국유기농업연구소 손상목(孫尙穆) 소장은 “유기농업이 발전하려면 신선 농산물 수준을 넘어 유기 가공품으로 확산돼야 한다”며 “울진친환경농업엑스포는 우리나라 유기농 발전을 20년 정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경우 유기 농산물뿐 아니라 유기 맥주 유기 장난감 등 다양한 유기 제품을 생산하면서 세계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손 소장은 “유기농을 농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해선 안된다”며 “독일의 대학처럼 유기제품 연구에 관한 다양한 학위과정을 마련하는 등 국가적 차원의 제도가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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