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동문제 관련 담화]노동-경영계 모두 불만

  • 입력 2003년 10월 29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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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9일 담화문을 통해 사용자에 의한 손해배상 및 가압류의 남용을 막고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은 최근 노조원들의 잇단 자살 분신으로 비등하는 노동계의 분노를 달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손배 및 가압류 제도의 개선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데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이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어 사태가 쉽사리 진정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담화문 발표 배경=17일 김주익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의 자살을 시작으로 23일 이해남 세원테크 노조위원장, 26일 이용석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조 광주본부장의 분신이 이어졌다.

노동계는 정부가 사용자의 손배 및 가압류 남용을 억제하고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바람에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대대적인 ‘동투(冬鬪·겨울 투쟁)’를 준비하고 있다.

사태가 이쯤 되자 정부는 다급해졌다. 그동안 골머리를 앓았던 노사분규 등 노동문제가 좀 잠잠해지는 것으로 알았는데 다시 소용돌이를 일으킬 수 있는 ‘핵’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용자의 손배 및 가압류 남용을 막기 위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비정규직 보호법안을 연내 국회에 제출하는 한편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법 개정과 관계없이 내년부터 개선책을 시행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불만=정부의 손배 및 가압류 제도 개선 약속은 두산중공업 배달호씨의 분신자살 이후, 9월 초 발표한 노사관계 법 제도 선진화방안(로드맵)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그나마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끼친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것은 자명한데도 노동계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노동계의 극단행동에 동요하지 말고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는 법에 따른 정당한 권리이고 최소한의 자구 조치”라며 “이를 제한하는 정부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도 불만을 나타냈다. 민주노총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담화문이 안이한 ‘공자 말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깎아내렸다.

▽‘공공부문부터 먼저’=민주노총은 정부가 진심으로 손배 및 가압류 문제를 해결하고 비정규직을 보호할 의지가 있다면 공공부문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29일 현재 노조에 대한 손배 및 가압류가 걸려있는 사업장은 총 46곳으로 액수로는 1482억원. 이 가운데 공공부문은 철도청 발전회사 지하철공사 등 5개 사업장에 액수는 395억원에 이른다.

민주노총은 “손배 및 가압류를 자제하겠다던 정부가 조합원의 퇴직금, 부동산은 물론 선산까지 닥치는 대로 가압류하고 있다”며 공공부문 손배 및 가압류의 일괄 철회를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또 비정규직 남용을 앞장서 막아야 할 노동부가 전체 직원의 절반에 가까운 49%를 비정규직으로 채워 결국 산하기관인 근로복지공단 노조원의 분신을 불렀다며 가시적인 비정규직 차별 해소조치를 요구했다.

노동부 손해배상 가압류 개선방안
현행노사 요구외국 사례개선방안
-신원 보증인 연대책임
-급여채권의 2분의 1 이상 압류 금지(민사집행법)
-노동계:가압류 금지, 손해배상 책임의 주체 및 범위 축소
-경영계:현행법 엄격 적용
-노조 및 개인 모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일반적
-급여 압류시 생계보장 고려
신원보증인 책임 제한, 가압류시 노조의 존립 및 근로자 최저생계 보장(신원보증법 및 민사집행법 개정 )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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