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해 불법 트롤조업 활개

  • 입력 2003년 10월 24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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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3시 경 경북 경주시 감포 앞바다 동쪽 15km 해상.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 경북도 해양수산과 직원들로 구성된 불법조업 단속반은 바다에 닻을 내린 채 모여 있는 대형(140t) 트롤 어선 3척을 발견했다.

단속반이 다가가자 이들은 부랴부랴 울산 방향으로 도주했다. 이들은 부산 경남 선적 트롤어선으로 동경 128도(경남 사천 기준) 동쪽 바다에서는 조업하지 못한다는 법규를 어기고 동해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어선들이다.

동해에 지난해보다 1개월 가량 늦게 오징어 등 어군이 형성되면서 경북 어선뿐 아니라 강원도와 경남 울산 부산 선적 어선 수백척이 몰려 살벌한 조업을 하고 있다.

동해안 어민들은 대형 트롤어선들이 두 척으로 그물조업(쌍끌이)을 하면서 고기 씨를 말린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대개 10t∼20t 규모의 채낚기 어선으로 오징어 등을 잡는 동해 어민들은 쌍끌이 조업을 하는 대형 트롤어선을 ‘괴물’이라고 부른다.

동해 어민들이 이같은 대형 트롤어선에 반감이 심한 까닭은 이들이 어군을 따라다니며 싹쓸이식 조업을 하는데다 일부 오징어 채낚기 어선과 공동으로 주어종인 오징어도 마구잡이식으로 잡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동해안에서 불법으로 조업하는 대형 트롤어선은 60척 정도로 추정된다.

트롤어선 불법조업 단속을 하고 있는 경북도 해양수산과 서승기(徐勝基) 해양관리담당은 “트롤어선은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 불법 조업을 하는데 배이름을 가리고 조업하는 경우가 많아 사진을 찍더라도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하기 어렵다”며 “지금으로서는 경북 동해 경계 바깥으로 하아내기 바쁘다”고 말했다.

단속반의 장비도 빈약하다. 해양수산부의 800t급 지도선을 제외하면 경북도가 보유한 지도선은 60t급 한 척뿐이다. 85년 제작한 경북도 지도선은 작은 데다 낡아 불법 조업선을 단속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야간투시경이나 항로추적을 할 수 있는 레이더는 기본장비인 데도 갖추지 못했다. 마이크를 이용해 ‘(경계 밖으로)나가라’고 외치는 게 거의 전부다.

이러다보니 어민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트롤어선은 단속을 비웃으며 동해에서 활개치고 고기는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 포항수협과 영일수협의 수산물 위판량은 올 들어 이달 초까지 1만 60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위판량보다 17%가량 줄었다. 이 중 오징어는 7500t이 잡혀 지난해보다 22%가량 감소했다.

포항 앞바다에서 오징어를 잡던 어민 김성호(金成浩·58·울릉읍 저동)씨는 “트롤어선의 불법조업으로 동해가 무법천지가 되고 있는데도 도대체 당국은 뭘 하는지 모르겠다”며 “단속되더라도 면허정지 며칠 정도로 처벌이 약해 법을 지키며 조업하는 채낚기 어선만 바보가 되고 있다”고 분개했다.

포항=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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