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구제신청 ‘산넘어 산’

  • 입력 2003년 10월 22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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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체류 중인 외국인들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불법체류 외국인 합법화 신고장’에 들어가기 위해 모여 있다. 이날 정부는 이달 말까지 체류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외국인에 대해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변영욱기자
불법 체류 중인 외국인들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불법체류 외국인 합법화 신고장’에 들어가기 위해 모여 있다. 이날 정부는 이달 말까지 체류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외국인에 대해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변영욱기자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의 합법화 신청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아직도 신청이 저조해 다음달 신청을 하지 않은 불법 체류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제 출국 조치를 앞두고 상당한 마찰이 일 전망이다.

법무부와 노동부, 행정자치부 장관은 22일 합동 담화문을 발표하고 신청을 독려하고 나섰지만 고용주의 신원보증 기피, 취업 허용 업종 제한 등의 문제가 남아있어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구제신청 저조=21일 현재 노동부 고용안정센터에서 취업확인서를 발급받은 불법 체류자는 8만5584명으로 전체 구제 대상 22만7000명의 37.7%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취업확인서를 받아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최종적으로 합법 체류자격을 취득한 외국인은 전체의 24.6%인 5만5867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노동부 등 정부 3개 부처 장관은 “31일까지 빠짐없이 합법화 신청을 할 것을 외국인과 사업주에 촉구하고, 다음달부터는 강력한 불법 체류자 단속을 펴겠다”는 요지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넘을 수 없는 벽’ 신원보증=노동부는 신청이 예상 밖으로 저조하자 14일 구제절차를 ‘선(先) 등록, 후(後) 취업확인’으로 바꿔 여권이나 여행증명서만 갖춰 노동부 고용안정센터를 방문하면 복잡한 준비서류는 추후 보완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최근 신청자가 하루 1만명 안팎으로 늘었지만 최종 관문인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여전히 고용주의 신원보증을 요구하고 있어 취업확인서를 받고도 합법적인 신분을 얻을 수 없는 불법 체류자가 수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 관계자는 “언제 어디로 숨을지 모르는 불법 체류자를 위해 신원보증을 서 줄 고용주가 과연 몇이나 되겠느냐”며 “신원보증 의무를 면제하지 않으면 큰 사회문제로 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체류심사과 관계자는 “불법 체류자에 대한 신원보증은 법을 지키는 최소한의 선”이라고 밝혔다.

▽취업알선도 문제=신원보증 외에 합법화 허용 업종이 지나치게 적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원칙적으로 불법 체류자가 구제를 받으려면 신청일 현재 건설업 제조업 농축산업 연근해어업 및 일부 서비스업 등에서 일하고 있어야 하지만 노동부는 14일부터 이에 관계없이 신청을 받은 뒤 다음달 15일까지 허용 업종 취업을 알선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노동부 직업상담원노조 이상원(李尙源) 위원장은 “보름 만에 일자리를 마련해 주겠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노동부가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는 불법 체류자 구제시한을 연말로 늦출 것을 법무부에 제의했지만 법무부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런 사태를 내다보지 못하고 합법화 허용 업종을 엄격하게 제한한 노동부가 문제가 생기자 시한 연장, 신원보증 의무 폐지 등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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