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래떡과 쫄깃한 인절미의 감촉이 마치 여인의 부드러운 젖가슴 같았어요. 떡과 사랑에 빠졌죠.”
92년 결혼 후 악착같이 돈을 모아 압구정동에 떡집을 열고 열심히 일하던 부부에게 모두들 살기가 어렵다던 외환위기 때 오히려 기회가 찾아왔다. 평소 갈비세트 등 비싼 선물을 하던 사람들이 저렴한 떡을 선물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
홍씨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에 착안해 임금이 먹었다는 두텁떡과 비슷한 건강떡, 참쌀에 깨를 잔뜩 뿌린 깨송이떡 등 건강에 좋은 떡을 개발했다. 또 부인 공씨는 떡을 냉동했다 해동하는 등 온갖 실험을 해보며 최상의 맛을 찾았다.
떡은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이들은 부자가 됐다. 건강을 테마로 다양한 맛을 개발한 노력이 고급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
그러나 이들은 가게를 확장하거나 선전을 하지 않았다. 체인점 개설 제의도 거절했다. 디지털 유행의 첨단을 걷는 압구정동에서 ‘좋은 재료로 그날 만든 떡만 판다’는 정직한 아날로그식 상술만으로 성공한 것이다.
“재벌이나 강남 땅부자들이 들으면 웃겠지만 먹고 살만하면 부자 아닌가요. 여유가 생기다 보니 아이들에게 돈보다는 좋은 환경을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홍씨는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강남 해병대전우회와 함께 3년 전부터 한강 바닥을 청소하는 한강정화작업에 나섰다. 안에 들어가서 보면 1m도 보이지 않는 더러운 한강. 한 번 청소하면 쓰레기가 10t씩 나온다.
강력범죄가 많은 강남의 밤 골목길도 주 4, 5회씩 순찰한다.
부인 공씨는 경제학을 공부하는 여성 모임인 ‘미즈 케인즈 클럽’의 일원이다. 올 봄에 만들어진 이 모임은 한달에 한번씩 모여 돈을 모아 계도 하고 강사를 초빙해 경제학을 공부한다. 이들 역시 사회에 공헌하는 건강한 부자가 되려는 사람들이다.
“부자들이 욕먹는 세상이잖아요. 자신에게 들어가는 작은 돈은 아끼고 남에게 베푸는 큰 돈은 잘 쓰는 그런 사람이 진짜 부자 아닐까요.”
마음을 바로 쓰고 열심히 일하면 돈과 행복을 한 번에 잡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주는 홍씨 부부의 사는 법은 내년 초에 ‘난 부자가 좋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된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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