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라이프]'행복한 국제결혼 시민모임' 최성식 대표

  • 입력 2003년 10월 12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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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국제결혼을 만드는 시민모임’의 최성식 대표(왼쪽)와 이종택 회원이 11일 모임이 나아갈 방향을 놓고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양환기자
‘행복한 국제결혼을 만드는 시민모임’의 최성식 대표(왼쪽)와 이종택 회원이 11일 모임이 나아갈 방향을 놓고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양환기자
최근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 중 ‘버스데이 걸’이란 영국 영화가 있다. 유명 여배우 니콜 키드먼이 출연한 이 영화의 소재는 국제결혼. 평범한 시민이 인터넷을 통해 매력적인 러시아 여인과 결혼하지만 알고 보니 그녀는 결혼사기단의 일원이었다는 가벼운 코미디물이다.

그러나 이게 ‘절대 그냥 웃을 수만은 없는 엄연한 현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행복한 국제결혼을 만드는 시민모임(국제결혼시민모임)’의 최성식 대표(43)가 바로 그 사람이다.

이제 한국에서도 국제결혼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최씨에 따르면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혼인신고만 봐도 1999년 5775건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1만1017건으로 4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문제는 국제결혼을 꿈꾸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악덕 사기를 일삼는 결혼업체도 늘었다는 것. 국제결혼시민모임은 바로 이런 국제결혼 사기로 피해를 본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다.

대체로 한국 남성의 국제결혼이라고 하면 신붓감을 구하기 어려운 농촌 총각이 외국 여인을 아내로 맞는 일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 모임에 피해를 호소해 오는 이들을 보면 70%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사는 이들이다.

모임 회원인 이종택씨(57)는 “일처리에 신중한 농촌사람들보다 목돈을 비교적 쉽게 만지는 도시 서민이 결혼사기의 주 타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며 평범하게 살던 최씨가 수익도 없는 이런 모임을 만든 것은 그 역시 국제결혼의 피해자였기 때문. 2001년 한 결혼업체를 통해 러시아 여성과 재혼한 그는 이 결혼업체로부터 아내에게 자주 전화가 오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추적한 끝에 아내가 다른 사람과 맞선을 보는 현장을 잡았다. 아내는 자기 말고도 4, 5명의 다른 한국 남성과 결혼한 상태였다.

“기가 차서 말도 나오질 않았죠. 근데 저 말고도 그런 일을 당한 사람이 한둘이 아닌 겁니다. 상처받은 사람들끼리 서로 위로나 하자고 만든 것이 이 모임의 시작이었습니다.”

2001년 시작된 국제결혼시민모임은 현재 회원만 1000명이 넘는다. 서로를 위로하고 피해자들의 물질적 정신적 고통을 덜어 주는 것이 주된 일이지만 서울에만 300개가 넘는 국제결혼업체에 대한 감시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법적인 대응을 원하는 이에겐 전문변호사를 소개해 주기도 한다.

최근 끈질긴 소송으로 악덕 업체 2곳의 문을 닫게 만든 것은 최씨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일이다.

그는 “사기결혼업체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싸우겠다”면서도 “한국에선 조건이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없어 외국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니 국제결혼 자체에 대해서는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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