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학교 국내분교 유치 붐…교원단체 "교육 불평등 심화"

  • 입력 2003년 10월 12일 18시 41분


코멘트
《정부가 2일 제주 국제자유도시와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외국 교육기관을 손쉽게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 제정안을 발표한 후 이들 지역에 대한 외국 대학 및 초중고교 유치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육관련 단체들은 연합체를 결성해 경제특구 내 교육 개방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어 정부와 교육단체의 갈등이 예상된다.》

▽어떤 학교가 설립될까=영국 브루넬대가 인천 송도신도시에 들어설 정보기술(IT) 및 생명공학기술(BT) 산업단지와 연계된 교육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런던 서부에 있는 브루넬대는 1928년 설립됐으며 IT와 환경공학에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미국 시카고의 일리노이 공대도 송도신도시에 투자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립대는 11월 ‘경제자유구역 외국 대학 유치기획단’을 구성해 미국 등 해외 명문 대학의 분교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계획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국제학교 등을 운영하는 일부 에이전트들이 인천에 미국과 영국의 명문 사립 초중고교를 유치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의 관광 관련 대학들은 제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스위스의 관광 및 호텔 전문인력 양성기관인 DCT 국제호텔학교가 분교 설립을 위해 남제주군과 마무리 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네바다주립대도 제주에 관광 및 카지노 학위 과정과 어학코스 운영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추진단 관계자는 “제주의 관광산업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가능성을 타진하는 대학들이 꽤 있다”면서 “이들 대학을 유치하면 전문 관광인력 양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쉬워진 학교 설립=이들 대학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은 쉽게 학교를 설립할 수 있게 됐으며 이익금 송금도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현행법상 국내에 외국 교육기관을 설립할 수는 있지만 국내 교육기관과 동일한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고 벌어들인 돈을 본교로 송금할 수 없다. 또 수도권정비법 등에 따라 신입생 모집이 유리한 수도권 지역에 학교를 세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하지만 특별법이 제정되면 외국 교육기관이 수도권에 학교를 설립할 수 있고 건물을 임차해 학교 시설로 사용해도 허가를 받을 수 있어 초기 투자비가 적게 들 뿐만 아니라 이익금을 ‘결산 잉여금’ 명목으로 해외로 송금하는 것이 어느 정도 허용된다.

▽교육단체의 반발=교육단체들은 “외국 교육기관의 설립과 운영이 자유로워지면 교육 불평등이 심화되고 교육비용 역시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와 전국교수노조 등 20여개 단체로 구성된 ‘교육개방 저지와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범국민교육연대’는 11일 출범식을 갖고 특별법 제정안을 철회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세계적인 교육기관을 제주와 경제자유구역에 유치해 아시아의 교육, 연구 중심지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중국 동남아의 유학생을 끌어들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