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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0월 10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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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 표류기’ 네덜란드어판의 완역본. 하멜 표류기는350년 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서기였던 헨드리크 하멜이 조선에 억류됐다가 13년 만에 탈출한 후 밀린 임금을 동인도회사에 청구하기 위해 보고서 형태로 남긴 기록이다. 그러나 본래의 집필 의도와는 달리 네덜란드에서는 구성을 달리해 ‘스페르베르호(號)의 불행한 항해일지’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지리상의 대발견 시대에 조선을 소재로 한 하멜의 보고서는 유럽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국내에 소개된 ‘하멜 표류기’도 불역본 영역본 등을 번역한 것이다.
이 책은 원래 의도를 살려 제목을 ‘보고서’로 붙였다. 끝부분에는 하멜 표류기의 서지적 해설과 하멜 표류 사건을 계기로 본 조선과 일본 간의 근대화 문제를 다룬 논문을 곁들였다.
임금 청구를 위한 건조한 기록이라지만 보고서 중간에는 하멜의 눈에 비친 17세기 조선의 사회상이 생생히 살아난다. ‘양반과 평민들은 자식을 아주 잘 교육시키려고 한다. 그들은 밤낮없이 앉아서 글을 읽는다. 그렇게 나이 어린 소년들이 현인들의 저서를 읽고 깨닫고 그것을 이해한다는 것은 아주 놀라운 일이다.’ 한국 부모들의 ‘극성스러운’ 교육열에는 다 내력이 있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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