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이혼→실연→두차례 성폭행…자살로 마감한 20代女

  • 입력 2003년 10월 1일 18시 28분


부모의 이혼과 실연, 그리고 두 번의 성폭행까지 당하는 불행이 겹친 20대 여성이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모씨(28·서울 마포구 성산동)가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은 올해 8월.

지난해 부모가 이혼한 뒤 집안형편이 안 좋아지면서 이씨는 낮에는 한의원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밤에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렸다.

오씨를 절망에 빠뜨린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달 16일.

호프집 업주 이모씨(53)는 이날 오전 1시반경 갑자기 가게 문을 닫고 “손님도 없는데 맥주나 한 잔 하자”며 술을 마신 뒤 오씨를 성폭행했다.

오씨는 다음날인 17일 이씨를 경찰에 고소하면서 “6년 전에도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는데 가족에게 숨기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는 호프집 사건 이후 우울증을 앓았고 최근 남자친구와도 헤어져 더 의기소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불과 몇 년 만에 불행한 일을 잇따라 당한 오씨는 결국 중국에 있던 쌍둥이 언니에게 “약을 많이 먹었다”는 말을 남기고 신음하던 중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1일 숨지고 말았다.

당시 오씨의 책상에는 “옛날엔 몰라서 당했는데 최근에 당한 일엔 힘이 너무 빠진다. 어머니께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긴 메모가 발견됐다.

오씨의 증언을 토대로 경찰이 포위망을 좁혀가자 이에 압박을 느낀 이씨는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자수했다.

경찰은 1일 이씨를 성폭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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