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가 인용한 대법원판례는 이회창 대법관시절 낸 의견

  • 입력 2003년 9월 26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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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사건의 서울지법 1심 재판부가 26일 대북송금이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해당되는지를 판단하면서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법원판사(현 대법관) 당시 낸 의견을 대법원 판례로 인용해 관심을 끌었다.

대법원은 1985년 법정에서 대통령긴급조치를 비방한 혐의로 1974년 기소된 강신옥(姜信玉) 변호사에 대한 상고심 재판에서 사건을 무죄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판사로서 이 사건 주심이었던 이 전 총재는 판결문에서 “법치주의 국가의 기본원칙은 모든 국가행위나 국가 작용이 헌법과 법률에 합치될 것을 요구하며 이러한 합법성의 판단은 본질적으로 사법부의 권능에 속한다”며 “다만 고도의 정치성을 띤 통치행위에 대하여 법원은 스스로 사법심사권의 행사를 억제함으로써 그 심사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을 따름이다”고 밝혔다.

대북송금사건 재판부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이 전 대법원판사의 이 같은 의견을 인용한 뒤 “법원이 통치행위인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된 대북송금 등 사실적 행위에 대한 형사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며 ‘대북송금도 통치행위의 일환으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장인 김상균(金庠均) 부장판사는 “이 전 대법원판사의 의견은 법률교과서에도 나와 있는 일반적인 법 이론이지만 통치행위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거의 없어 이를 인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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