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현장]뉴타운 바람부는 금천구 시흥3동

  • 입력 2003년 9월 23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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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2차 대상지의 강력한 후보인 서울 금천구 시흥3동의 철재상가 전경. 나지막하고 낡은 상가건물들이 멀리 보이는 경기 안양시의 고층아파트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원대연기자
뉴타운 2차 대상지의 강력한 후보인 서울 금천구 시흥3동의 철재상가 전경. 나지막하고 낡은 상가건물들이 멀리 보이는 경기 안양시의 고층아파트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원대연기자
면적 1.07km², 4809가구에 1만4416명이 사는 조그만 동네.

서울 서남부 끝자락에 위치한 금천구 시흥3동은 얼마 전까지 주목받지 못하던 평범한 동네였다. 그러나 뉴타운 2차 대상지의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며 이곳은 갑작스레 유명세를 타고 있다.

시흥3동은 1번 국도를 타고가다 경기 안양시로 넘어가기 직전 시 경계지역에 있는 곳이다. 동네를 가로지르는 폭 50m의 국도는 시원해 보였지만 막상 들어선 동네의 좁은 골목은 마주오던 차들이 서로 빠져나가기도 어려웠다.

22일 오후 시흥3동에서 만난 주민들은 숙원이 풀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행여 ‘부정’이라도 탈까 싶어 말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도시의 섬=동네 어귀에 서니 시야가 탁 트이며 관악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70년대부터 개발제한구역, 시계경관지구 등으로 묶인 탓에 5층 이하 건물뿐이어서 시야를 가리는 게 없기 때문.

18년 전부터 이곳에 살았다는 이건영씨(44)는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동네는 변한 것이 없다”며 “우리에게 개발이란 다른 세상의 얘기”라고 말했다.

좁은 길 하나 건너에 있는 안양시 석수동은 최근 규제가 풀려 고층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돼 주민들은 더욱 속이 탄다. 코앞의 아파트마다 붙은 재건축을 알리는 플래카드를 가리키며 “지방보다 못한 서울에 살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신승호 시흥3동장은 “주민들은 시흥3동을 곧잘 ‘섬’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옆동네인 시흥 1, 2동과 안양 및 광명시는 모두 고층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는데 유독 시흥3동만 앉은뱅이처럼 머물러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자조 섞인 표현이다.

▽공기는 좋을 것이다?=이곳 주민들은 개발이 안돼 ‘환경’은 좋지 않느냐는 말을 가장 듣기 싫어했다. 은성부동산 김광수 사장(47)은 “동 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철재 및 공구상가에서 나오는 분진 때문에 바깥에 빨래 널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이 상가를 관리하는 ㈜중앙철재종합상가의 이홍렬 업무과장(43)은 주민들의 바람을 잘 알고 있었다. 이 과장은 “상가가 팔리지 않아 옮겨갈 수가 없다”며 “5층 이하로 묶여 수지타산이 안 맞는 부지에 누가 투자하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곳에 4대째 살고 있는 박만선 구의원은 “선거 때마다 개발 약속은 되풀이됐지만 지켜진 적이 없다”면서 “뉴타운 선정이 최선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형평성을 고려해 규제라도 풀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타운 2차 선정 발표는 당초 8월에서 연기를 거듭했으며 다음달 중순 발표도 확실치 않게 됐다. 뉴타운 선정지역 탈락에 따른 주민 반발 등을 우려해 대상지역 발표가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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