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장소 長期선점 막을 法 필요” 미신고 집회 선고유예

  • 입력 2003년 9월 3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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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집단이 장기간 선점한 집회장소에서 다른 단체가 불가피하게 신고를 하지 않고 집회를 개최한 데 대해 사실상 무죄 취지인 선고유예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북부지원 형사4단독 이용구(李容九) 판사는 2일 “회사측이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며 미(未)신고 집회를 개최한 혐의로 약식기소된 N자동차운전학원 노조지부장 김모씨(33) 등 4명에 대해 벌금형 선고를 유예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학원측이 피고인들이 소속된 노조에 대항해 복지회를 조직하고 노조측이 ‘노조탄압 항의’ 집회를 열었던 장소를 3개월간 선점해 피고인들이 적법한 집회신고를 할 수 없었던 사실을 인정해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그러나 “피고인들이 주최한 도로상 옥외집회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신고 의무가 있는 집회에 해당한다”며 “현재 집회신고를 받는 관할 경찰서장이 다른 단체의 집회에 대한 방해 의도가 있는지를 판단해 집회승인을 거부할 수 있는 명문화된 법적 기준이 없어 새로운 입법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김 피고인 등 4명은 2001년 8월 서울 노원구 중계동 N자동차운전학원 앞길에서 ‘원직복직 이행, 근로기준법 준수’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등 5차례에 걸쳐 미신고 집회를 개최한 혐의로 4월 약식기소됐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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