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힘, 보수인사에 '폭력'

  • 입력 2003년 8월 31일 17시 10분


'노사모' 회원이 주축인 시민단체 '국민의 힘' 회원들이 시위를 벌이다 지나가던 보수인사들에게 몰려가 위협하고 상처를 입혀 물의를 빚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신변의 위협을 느낀 한 보수인사가 가스총 공포탄을 발사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지난달 30일 낮 12시10분경 영화배우 명계남(明桂男)씨 등 '국민의 힘' 회원 50여명이 서울 중구 태평로 조선일보사 앞에서 조선일보 논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점심식사를 하러 나오던 조갑제(趙甲濟·58) 월간조선 사장과 서정갑(徐貞甲·63) 육·해·공·해병대 대령연합회장 등 일행 4명과 마주쳤다.

이들 회원들은 "검찰이 별 것 아닌 문제로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 아들을 수사했다"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발언을 풍자한 8월29일자 조선일보 만평에 대해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 회원들은 조 사장을 발견하자 그를 둘러싸고 조 사장의 개인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에 대해 "노골적으로 군사쿠데타를 선동하고 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조 사장은 8월 2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국가와 헌법, 자유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반역 독재정권에 대해 국민은 저항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쓴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시위대에 의해 몰린 서 회장이 신변의 위협을 느껴 공중을 향해 가스총 공포탄을 발사했다는 것.

서 회장은 31일 "시위대가 갑자기 달려들어 멱살을 잡는 등 욕설과 함께 피켓과 각목으로 여러차례 폭행을 가하며 막다른 곳으로 몰아가 가스총을 쐈다"며 "최근 북측이 성명을 통해 보수세력에 대한 '응징'을 시사했기 때문에 안전상의 이유로 가스총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의 총은 5월7일 서초경찰서에서 소지허가를 받았으며 허공에 대고 발사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경찰은 밝혔다.

'국민의 힘' 임찬기 간사는 "피켓은 스티로폼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폭력은 있을 수 없다"며 "가스총을 빼앗는 과정에서 몸싸움은 있었지만 멱살을 잡은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서 회장은 오른쪽 어깨와 팔의 인대가 늘어나고 손가락 부위가 다치는 등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

남대문경찰서 신명기(辛明基) 형사과장은 "시위대가 50명이 넘어 누가 폭력행위에 가담했는지 정확히 밝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폭력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시사만화가회(회장 이홍우·李泓雨)는 31일 성명을 내고 "'국민의 힘'의 시위는 언론의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폭거"라며 "당국은 이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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