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결함 알고도 운행…대구추돌사고 무궁화호와 동종

  • 입력 2003년 8월 26일 01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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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대구에서 추돌사고를 일으킨 무궁화호 열차와 함께 생산된 같은 종류의 열차들이 이미 지난해 상반기 감사원에 의해 제동장치 결함 등 각종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25일 한나라당 서상섭(徐相燮)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철도청이 1999∼2000년 열차 제작업체인 D사에서 납품받은 무궁화호 객차 111량이 차체의 안정강도 검증을 거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54량에서는 차체를 분해하지 않으면 고칠 수 없는 제동장치 결함이 발견됐다. 또 63량의 프레임(차체와 바퀴를 연결하는 기구)은 성능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작 납품돼 지난해 5월 검사 결과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제작된 무궁화호 열차들은 감사가 실시되기 전인 2000년 8월부터 철도청에 순차적으로 납품, 운행됐다.

감사원 감사 결과 이달 8일 경부선 대구 고모∼경산 운행 중 추돌사고를 일으켜 2명이 숨지고 90여명이 다친 무궁화호 열차도 감사원에 의해 기능 문제가 지적된 열차들과 함께 제작, 납품됐다는 것이다.

또 승인 받은 도면과 다르게 제작된 규격 미달 부품 7개가 사용된 침대차(5량), 프레임(63량), 천정판(53량) 등 4가지 차체 구조물은 감사원의 시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고쳐지지 않았으며 해당 차량들은 현재 그대로 운행 중이라고 서 의원측은 밝혔다.

감사원은 철도청 일부 직원이 당시 열차 제작업체에서 납품 기한 내에 객차를 납품받을 수 없게 되자 철도청이 보유하고 있던 열차의 프레임을 차량 제작업체가 제작한 샘플인 것처럼 꾸민 일도 적발했다.

감사원은 “철도청이 신기술 적용 부품에 대한 사전시험 제도와 입찰 참가자의 자격심사 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어 불량 차량 제작업체가 차량을 납품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구수성경찰서는 24일 경부선 열차 사고와 관련해 고모역 역무원 정모씨(30), 화물열차 기관사 최모씨(50), 부산 사령실 운전사령 박모씨(37) 등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또 무궁화호 열차 기관사 김모씨(35), 철도청 산하 고속철도 건설사업소 오모씨(41) 등 4명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고모역 역무원 정씨는 당시 사고 구간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열차 2대를 함께 진입시키지 않아야 하는데도 화물열차 진행 중 여객열차를 진입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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