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희망자에게 청산가리 제공한 20대 검거

  • 입력 2003년 8월 14일 02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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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가난과 신병을 비관한 나머지 자살 희망자들에게 청산가리를 제공하고 이들의 자살을 부추긴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인터넷 자살사이트에 ‘청산가리를 판매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자살 희망자들에게 청산가리를 제공한 혐의(자살방조)로 정모씨(27)를 13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3월 중순 인터넷 자살사이트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알게 된 김모씨(25)등 2명에게 청산가리 캡슐을 제공해 이들의 자살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등은 같은 달 20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야산에서 청산가리를 먹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또 정씨가 인터넷 자살사이트에 ‘청산가리를 판매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뒤 이를 보고 연락해 온 자살 희망자에게 청산가리를 제공한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경찰 조사 결과 정씨는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자살 희망자에게 20만원 상당의 음식 접대를 받은 뒤 청산가리를 제공하고, 자살사이트에 접속한 20대 미혼모에게도 공중전화 박스에서 청산가리 캡슐을 건네준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경찰에서 “어려운 살림 속에 내가 간염에 걸린 데다 어머니마저 간암을 앓고 있어 처지를 비관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씨에게 청산가리를 공급한 사람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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