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승 부속실장 사표수리]정말로 청탁 듣기만 했나

  • 입력 2003년 8월 6일 0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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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민정수석실은 이날 양길승(梁吉承) 대통령제1부속실장의 향응 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번 조사 결과는 99% 이상 틀림없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보였으나 여전히 여러 대목에서 의문이 남는다.

우선 양 실장이 충북 청주시 K나이트클럽 사장 이모씨와 오원배 민주당 충북도지부 부지부장에게서 “(조세포탈 등에 대한 경찰 조사와 관련) 억울하니 알아봐 달라”는 청탁을 받은 뒤 과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영향력 행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면서 이씨 등의 ‘과잉접대’ 쪽에 무게를 두었다. 그러나 이는 양 실장 본인 및 술자리 참석자들의 진술에 근거한 것이어서 사실관계를 입증할 자료로는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당초 양 실장은 “대선 때 열심히 뛴 사람들이 섭섭해 하니 한번 격려해 달라는 오 부지부장의 말을 듣고 내려가게 됐다”고 말했으나 정황에 비추어 이날 술자리는 청탁을 위해 기획됐음이 명백히 드러났다.

당초 2차 술값을 오씨가 지불했다는 해명과 달리 이씨와 그의 동업자인 한모씨가 나눠 냈던 것으로 밝혀진 점도 6월 28일의 술자리가 청탁을 위한 것이었음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양 실장이 선물을 받은 사실이 새로 드러나는 등 이번 조사 결과가 1차조사 때와 큰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처음부터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양 실장이 3차 술자리인 포장마차를 나와 호텔로 동행한 여종업원의 행적에 대한 해명도 석연치 않다. 양 실장과 오 부지부장은 6월 29일 오전 2시경 여종업원 2명과 함께 R관광호텔에 투숙했으나 양 실장만 호텔방까지 따라온 여종업원을 다시 돌려보냈다는 게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접대여성은 빚 문제로 술집과 마찰을 빚고 업소를 떠났기 때문에 본인에게 직접 확인을 하지 못하고, 관리 마담에게만 해명을 들었다는 점에서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음모설’ 논란도 반드시 규명해야 할 사안이다. 청와대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른바 몰래카메라와 음모설 등으로 인하여 본질에 비해 파문이 터무니없이 과다하게 확산되고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며 음모론을 부인했다. 그러나 음모설이 흘러나온 진원지가 바로 청와대였다는 점에서 ‘음모론’의 싹이 자라지 않도록 청와대 내부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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