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상기/ ‘새만금 결정’과 三權分立

  • 입력 2003년 7월 20일 18시 52분


코멘트
서울행정법원이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해 사업집행정지 결정을 내리자 그 반응이 다양하다. 이 결정에 대해 농림부 장관은 항의의 표시로 사표를 제출하고 잠적했다가 나타났다. 일부 언론에서는 국책사업에 대한 법원의 중단결정이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반응과 장관의 태도가 문제를 해결하는 적절한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법원 결정 권력의 상호견제▼

새만금 간척사업은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1년에 정치논리로 착공된 이래 경제논리와 환경논리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업이다. 노태우 정부가 논란의 원조인 셈이다. 국토면적이 좁은 우리로서는 땅이 넓어진다는 것은 무조건 좋은 일이고, 네덜란드처럼 간척사업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새만금 사업 논란은 바다를 메워서 국토를 넓히겠다는 간척사업의 효용성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만들었다. 간척사업이 경제성이나 환경성에서 과연 이익이 되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교육적 효과를 가져 온 것이다.

그동안 환경단체는 최근의 ‘삼보일배(三步一拜)’ 운동 등 적극적인 반대운동을 통해 새만금 간척사업이 회복 불가능한 환경파괴를 가져올 것이고, 지역경제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지역주민 일부가 간척사업이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점과 일부 정치인의 정치적 계산이 얽혀 갈등이 증폭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반된 주장에 대해 전문가라 하더라도 확신을 갖고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이러한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반성을 해보아야 한다. 먼저 서울행정법원의 이번 결정이 삼권분립에 반한다는 주장은 오해라고 본다. 정부의 각종 행정행위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법치국가에서는 불가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국책사업이라고 하더라도 규모만 다를 뿐 마찬가지이다. 또한 이번 결정은 법원의 잠정적 조치이므로 본안소송의 결과를 지켜보아야 하는데도 마치 모든 재판이 끝난 것처럼 평가하는 것은 성급하다.

사법부가 행정부의 사업추진에 관여할 수 있는 한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는 사법의 본질적 한계도 있을 수 있고, 권력분립적 시각에서 그 한계를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은 사법소극주의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대법원 구성의 보수성이 비판받는 현실에서 오히려 사법소극주의가 다행일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이는 행정소송의 경우에도 법원이 그 대상을 가장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새만금 간척사업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된 것은 시쳇말로 삼권분립에 반하여 ‘오버’한 것은 아니다. 권력분립도 권력의 분립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며, 권력의 상호견제가 중요한 것이다.

다음으로 김영진 전 농림부 장관의 반응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행정부의 국책사업을 법원의 일개 판사가 중단시키는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을 하였다. 이는 장관이 바로 권력분립적 시각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만일 행정부의 사업이 진실로 잘못된 것이라면 누가 이를 막을 수 있는지를 판단해 보면 알 수 있다. 행정부로서는 자신들이 시작한 일인 만큼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사법부 구성의 국민대표성을 문제 삼을 수도 있겠지만 법치국가에서 결국 법원밖에는 없는 것이다.

▼정부 패소하면 법원 탓인가▼

끝으로 장관이 사표를 제출하고 잠적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일 뿐만 아니라 장관으로서의 품위도 상실한 행동이다. 재판에 반드시 이겨 새만금 사업을 관철하는 것이 국가이익이라고 생각하였다면 충실한 소송준비를 했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소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투입된 천문학적 예산의 손실은 신중하지 못한 정부정책의 탓이지 법원의 탓이 아니다.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교훈인 셈이다. 새만금 간척사업 논란은 잘못을 저지른 자는 숨어 있고 피해자들끼리만 싸우는 형국이다.

박상기 연세대 법대 학장·법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