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흥은행 파업 명분도 실리도 없다

동아일보 입력 2003-06-18 18:36수정 2009-10-1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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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은행 노조가 18일 기습적으로 파업에 돌입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상급 기관인 한국노총이 ‘조흥은행에 공권력을 투입하면 노사정위에서 탈퇴하겠다’고 위협하는 모습도 국민적 공감을 받기 어렵다. 정부로서는 이른바 노동계의 ‘하투(夏鬪)’로부터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조흥은행 직원들이 최대 관심사인 매각 후 고용보장 문제에 대해서는 대화 요구조차 않고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분할매각만 주장하며 파업에 들어간 것은 명분이 약하다. 파업의 결과로 자신들이 원하는 분할매각을 얻어낼 가능성도 없다. 이렇게 명분도 실리도 없는 파업을 시작해 조합원들을 희생시킨다면 그것은 노조집행부의 중대한 판단 착오다.

파업 첫날 조흥은행 점포 60군데가 문을 닫았고 나머지 점포들도 단순 입출금만 가능할 뿐 외환 대출 어음교환 등의 업무는 마비됐다니 누구를 위한 파업인지 알 수 없다. 고객과 예금이 다른 은행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노조원들이 자신들의 일터인 은행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자해행위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행히 전산망은 정상 가동되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이것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니 걱정이다. 문제는 노조가 스스로 파업을 풀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공권력이 행사되지 않고는 이번 파업의 해결 방법이 없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일단은 정부가 설득에 나서겠지만 시일을 끌수록 조흥은행과 고객의 피해가 커진다는 점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조흥은행 파업은 그 첫 시험대이다. 대검 공안부가 파업 주동자 16명에게 소환장을 발부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어 다행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노동계 편향적’이라는 이미지를 씻기 바란다. 설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정부는 서둘러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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