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 총장후보들 "윤덕홍은 배신자"

  • 입력 2003년 5월 22일 15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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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적이고 민주적인 인물'로 평가받아 새 정부의 교육부장관으로 전격 발탁된 윤덕홍(尹德弘) 전 대구대 총장의 총장 시절 공과(功過)를 놓고 대구대 캠퍼스가 떠들썩하다.

윤 장관의 후임 총장 후보들간에 선거 쟁점으로 떠오른 때문이다.

'대구대의 위상을 높인 인물'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없지 않지만 '배신자' '학내 개혁에도 실패한 총장' '원칙없는 사람' 등의 부정적 평가가 대부분이다. 이는 23일로 예정된 제8대 대구대 총장 선거를 앞두고 '대구대 신문'(641호)이 후보 5명을 대상으로 윤 전 총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 총장 후보들은 특히 윤 전 총장이 교육부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장관 퇴임 후 교수복직을 할 수 있도록 법인의 정관을 갑작스럽게 바꾼 데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호 1번 이송근(李松根·경영회계보험금융학부) 후보는 "교수 충원과 예산집행을 대학 전체 입장에서 조정하지 않고 원칙 없이 추진해 부작용과 낭비가 많았다"며 "윤 전 총장은 출마 당시 선거공약으로 제시했던 화합인사와 교수협의회 법정기구화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은 또 학교의 주요 업무를 교수협의회 협조로 결정하겠다고 공약했으나 결국 공약(空約)에 그치고 말았다"고 말했다.

또 기호 2번 김병하(金炳厦·특수교육학과) 후보는 "윤 전 총장은 대구대의 민주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스타였지만 대학을 총장의 정치적 제스처만으로 이끌어갈 수는 없다"며 "대학운영에서 측근세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개혁을 위한 구성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학 개혁은 결코 정치적 수사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윤 전 총장은 재출마를 향한 구도짜기에만 연연해 총장으로서 책임있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변화와 개혁의 내실을 기하는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기호 4번 이재규(李在奎·경영회계보험금융학부) 후보는 "무엇을 했든 열심히 했기 때문에 교육부장관이라는 중책을 맡은 게 아니겠느냐"며 "학교 일은 모르겠고 시민단체 활동은 열심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장관으로 영전했으면 사표를 내는 게 마땅한데도 교수로 복직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두고 떠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기호 5번 임경수(林景洙·자동차산업기계공학부) 후보는 "3년 재임 동안 대구대를 알리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닌 것은 사실이지만 따지고 보면 총장 개인 홍보에 초점을 맞춘 것 아니냐는 평가가 많다"며 "대학의 구성원들을 단합시키는 데도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총장 출마 당시 '다른 곳에는 뜻이 없다. 대구대 발전에만 기여하겠다'고 공언한 사람이 학교를 떠나는 모습에 배신감을 느낀다"며 "재임 3년 동안 특별히 한 일이 없어 평가할 것도 없다"고 혹평했다.

그는 특히 "3월 7일 교육부총리 임명을 받고 떠난 사람이 29일 학교법인의 정관을 개정해 4월 11일자로 교수직에 복직시키고 그 날짜로 휴직 처리한 것은 이른바 학교 개혁세력의 행정 난맥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정 이전의 정관에 따르면 교수에서 총장으로 선출될 경우 교수직을 사직하는 게 관행. 이에 대해 재단 관계자는 "정관 개정 시기가 윤 전 총장이 교육부총리로 임명된 뒤라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총장 퇴임 후 교수복직 규정은 이전부터 검토됐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면에 기호 6번 이종한(李鍾漢·심리학과) 후보는 윤 전 총장을 적극 옹호했다.

이 후보는 "학교가 어려웠을 때 대학의 민주화를 이뤄냈고 지역에서 대학의 위상을 높인 점은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 일을 추진하다보니 학내 구성원 사이의 의사소통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학생수가 줄어드는 위기상황에서도 입시를 성공적으로 치룬 것은 윤 전 총장의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안태환(安泰煥·도시과학부) 후보는 설문에 응하지 않았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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