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산삼 되돌려주기 운동" 펴는 대구 심마니들

  • 입력 2003년 5월 12일 21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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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을 하다보니 좋은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이상백(李相伯·45)씨 등 대구에서 활동하는 심마니 5명은 4일 경북 영주의 소백산에서6, 7년에서 20, 30년 된 산삼(山蔘) 20여 뿌리를 캤다.

이들은 이날 산삼 되돌려주기 운동을 실천하기 위해 소백산에 올라 어린 산삼 50여 뿌리를 심던 중 이 산 7부 능선에서 이 같은 횡재를 했는데 캔 산삼 중에는 ‘돈이 되는 20, 30년 된 산삼’이 7뿌리나 된다는 것.

이씨 등은 지난해부터 ‘산삼 되돌려주기 운동’을 펴오고 있다.

산삼 되돌려주기 운동이란 산에서 산삼을 캐기만 해 온 심마니들이 30, 40년 뒤 후손들이 산삼을 캐내 유용하게 활용하라는 취지에서 산삼 씨로 싹을 틔워 2, 3년 된 아기 삼을 키운 뒤 이를 심산유곡에 심어 주는 것.

이들은 2년 전부터 대구 근교인 팔공산과 비슬산은 물론 경북 북부지역의 주왕산과 소백산 등에 올라 어린 산삼을 정성껏 심어주고 돌아오는 활동을 하고 있다.

심마니들은 산삼을 캐기 위해 산에 오를 때는 우선 목욕을 하고, 며칠 전부터는 부부 관계를 갖지 않으며, 고기도 먹지 않고 말 수도 줄인다. 영물로 통하는 산삼을 맞이하기 위해 예의를 갖추는 것이다.

산삼을 발견하면 ‘심봤다’를 세 번 외치고, 절을 두 번한 뒤 주변 심마니를 모아 산삼을 캔다. 산삼을 캔 자리에는 감사의 표시로 동전을 묻어둔다.

이들은 올해 산삼 종묘 200여 뿌리를 팔공산 자락과 와룡산 등에 심었다.

한국 심마니협회 대구지부장인 이씨는 “산삼에 관심이 있는 분은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며 “회원으로 가입하면 전문 심마니와 함께 백두대간에 올라 건강도 다지고 산삼도 캐내는 행운을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와 함께 심마니로 활동 중인 회원 9명 중 3명은 산삼과 약초를 캐는 일을 전업으로 하고 있으며 6명은 부업이다.

전문심마니는 대부분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으로 이 가운데 어인마니(우두머리 심마니)인 최판돌(崔判乭·56)씨는 심마니 경력 20여년을 자랑한다.

이씨는 “수년전 산에 오르기 전날 친구 사무실에서 형형색색의 매직펜을 갖고 나온 꿈을 꾸고 산에 올랐다가 50∼70년생 77뿌리, 100년 이상 된 산삼 7뿌리를 캐는 횡재를 한 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며 “그러나 ‘심마니에게는 ’좋은 꿈’보다 선행을 실천하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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