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 이색사업]송파구 '송파 품앗이'

  • 입력 2003년 5월 4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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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 행정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우리지역 이색사업’이란 별도의 코너를 마련, 부정기적으로 연재합니다. 서울 경기지역 기초자치단체의 여러 활동 가운데 주민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고 다른 지역에 참고가 될 만한 것을 골라 소개합니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박현정씨(31·여·서울 송파구 가락동)는 ‘송파 품앗이’의 회원이다.

그는 요즘 다른 회원인 피아노 조율사 임완영씨(50·송파구 신천동)의 초등학생 딸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준다. 레슨비는 한 달에 12만원이지만 박씨가 받는 돈은 6만원. 나머지는 ‘송파머니 6만원’이라고 품앗이 수첩에 적어 놓는다.

박씨는 임씨로부터 피아노 조율을 받거나 역시 품앗이 회원인 김정희씨(45·여·송파구 송파동)의 미용실을 찾을 때 그동안 모은 송파머니를 사용한다.

송파구 주민들간에 가상화폐인 송파머니를 이용해 물품과 서비스를 주고받는 송파 품앗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

품앗이를 주관하는 송파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회원은 현재 350여명. 최근 경기침체로 알뜰소비가 강조되면서 참가자는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게 센터측의 설명이다.

거래 품목도 미술치료, 자동차 수리, 도배, 피부 관리 등 100여 가지가 넘는다.

남의 도움을 많이 받아 송파머니를 빚진 사람들은 집에서 잘 안 쓰는 물건을 경매에 들고 나가 빚을 청산한다. 주부들의 경우 ‘살이 쪄서 더 이상 입을 수 없게 됐다’며 고급 의류를 내놓는 일도 흔하다.

또 일부는 품앗이에 재미를 붙여 제과 제빵 기술을 배우는 등 뒤늦게 자기계발에 나선다. 자원봉사센터 품앗이 담당자인 김인하(金仁河)씨는 “다재다능한 자원봉사자가 많아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방법을 생각하다가 품앗이를 하게 됐다”며 “회원들끼리 서로 자주 접촉해야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지므로 동(洞) 단위로 시행하면 더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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