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특기자 전형 ‘지필고사’ 부활 추진

  • 입력 2003년 4월 18일 07시 00분


코멘트
서울대가 2005학년도 자연계 수시모집에서 정원의 10% 내외를 우선 모집하는 특기자 전형에 본고사 성격의 평가 방법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대 입시관리본부 관계자는 17일 “2005학년도 수시모집 특기자 전형에서 자연계 지원자는 서울대에 입학할 만한 특기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며 “단순히 수학, 과학 경시대회 입상자를 특기생으로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대가 자체 출제한 문제를 풀도록 한 뒤 합격자를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특기자 평가를 위해 현재의 심층 구술면접과 논술고사를 결합한 형태로 출제하고 변별력 확보를 위해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가 이 시험을 영어 수학 과학 등 특정 교과목의 지식을 묻는 지필고사(본고사)로 출제할 경우 고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논술 이외의 지필고사를 금지한 교육인적자원부의 방침과 어긋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입시관리본부 관계자는 “출제하는 문제는 본고사 성격이 짙지만 교육부가 본고사를 금지하고 있어 다른 용어를 검토 중”이라며 “과거처럼 참고서의 단편적 지식을 외우면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다른 형태의 문제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2005학년도 수시모집에서 과학고 등에서 배우는 심화과정의 전문교과를 일정 단위 이상 이수한 수험생이나 특정교과 성적 우수자 등을 대상으로 전체 정원의 10% 내외를 특기자 전형으로 뽑을 수 있도록 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이는 국제올림피아드에 입상하고도 내신성적 때문에 서울대 입시에서 떨어지는 특수목적고 학생들도 입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신뢰성에 의문이 가는 각종 경시대회 입상자 대신 서울대가 자체 출제한 문제로 전형해 합격자를 가리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공대와 자연대는 전체 정원의 30%를 뽑는 수시모집에서 특기자 선발 인원을 당초 10%에서 20%까지 뽑을 수 있게 해줄 것을 대학본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현재 서울대가 어떤 식으로 출제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국영수 위주의 지식을 평가하는 지필고사는 교육부 방침과 명백히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부는 H대의 2002, 2003학년도 1학기 수시모집 전공적성검사를 사실상의 본고사식 지필고사로 판정하고 재정지원금을 삭감했으며 비슷한 출제를 한 J대에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