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장관님 모시기’ 舊態 여전

  • 입력 2003년 4월 8일 21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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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이던 5일 오후 사천공항에 경남지역 고위 공무원 몇명이 모였다.

연휴를 맞아 사천공항을 통해 고향인 남해로 가는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을 영접하러 나온 사람들이었다.

장인태(張仁太)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함안에서 식목 행사를 마친뒤 공항으로 달려갔고, 이택순(李宅淳) 경남지방경찰청장은 창원에서 헬기로 날아갔다. 정영석(鄭永錫) 진주시장과 김수영(金守英) 사천시장, 정동찬(鄭東贊) 사천경찰서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을 수행한 공무원도 여러명이었다.

김 장관과 동향(同鄕)인 장 부지사는 “장관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그런 것이며, 과거에도 그래왔다”고 말했다.

비교적 개혁성향으로 알려진 이 청장은 “공항의 대(對) 테러 대비 태세를 점검하는 목적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나오지 말라’는 장관의 당부가 있었지만, (취임 이후) 처음 고향을 찾는데 어떻게 나 몰라라 할 수 있느냐”고 털어놨다.

지난해 경남도로 내려온 장 부지사는 언제 다시 행자부로 발령이 날지 모르는 처지다. 최근 치안감으로 승진한 이 청장 역시 사실상의 인사권자인 장관을 외면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민선 단체장들은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지역 문제의 해결에 있어 장관은 무시 못할 존재다. 김 시장 등은 이날 공항에서 김 장관에게 현안을 보고하고 지원을 요청했다. 발빠르게 ‘실속’을 차린 셈이다.

이처럼 다들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었다. 누군가는 우리사회의 인정을 내세워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것도 휴일에 고향을 찾는 고위관료나 국회의원 등을 마중하러 공직자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다. ‘과공비례(過恭非禮)’라고 했듯이 본의 아니게 상대방을 욕먹일 수도 있다.

당사자 중 한명인 이 청장은 지난달 말 경남에 부임하면서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윗분’의 비공식 방문 때 영접 나가는 구태를 벗어던지는 일부터 실천하기를 이 청장과 관련 공무원들에게 권한다. 구습에 얽매이다가는 도태되기 십상인 게 요즘 세태이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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