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결과 누가 믿겠나” 특검 두 후보 자격 논란

  • 입력 2003년 3월 24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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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가 24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추천한 특별검사 후보 2명이 과연 ‘대북 비밀송금 사건’을 해결할 적임자인지 여부를 놓고 법조계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특별검사 후보로 추천된 우정권(禹晶權), 송두환(宋斗煥) 변호사는 모두 그동안 특검 후보 물망에 오른 적이 거의 없었다.

우선 두 사람 모두 이번 사건에 연루된 현대증권과 외환은행 사외이사에 각각 재임했었다는 점이 자격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현대증권은 현대그룹 내에서 대북지원의 핵심역할을 맡았던 이익치(李益治) 당시 회장의 주도로 이번 대북송금 창구 역할을 한 현대상선의 기업어음(CP) 상당액을 인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외환은행도 당시 현대상선 주채권은행으로 이 회사 대출금의 출금통로 역할을 했으며 국가정보원의 대북송금 및 환전과정에도 모종의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송 변호사는 2001년 당시 4만5000주의 외환은행 스톡옵션을 받았으며 지금도 1만5000주를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변호사는 “특검법상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사 대상 기업의 사외이사로 재직했던 사람이 내놓은 수사 결과를 누가 수긍할 수 있겠느냐”며 “특검 후보 선정 작업을 처음부터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00년 1월 15일부터 2001년 6월 2일까지 현대증권 사외이사를 지낸 우 변호사는 “이익치씨와는 개인적인 친분도 없으며 당시 회사의 구체적인 경영 등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변협의 후보 추천 이후 연락을 거듭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또 둘 다 판사 출신으로 대형 수사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우 변호사는 검사를 한 적이 있으나 초임 시절 3년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역대 특검 수사에 참여했던 한 중견 변호사는 “특검 후보로 수사 경험이 없는 판사 출신 변호사들을 추천한 것은 썩 어울린다고 보기 어렵다”며 “남북 관계라는 민감한 문제가 걸려 있는 사안의 특성상 상당한 수사기술이 필요할 텐데”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우 변호사는 경북 안동 출신으로 77년 서울지검 검사로 법조계에 입문했으나 80년 판사직으로 옮겼으며 85년 변호사 개업을 했다. 우 변호사는 2001∼2002년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을 지냈다.

송 변호사는 충북 영동 출신으로 서울지법 북부지원과 서울지법 판사를 거쳐 90년 변호사 개업을 했으며 98∼2002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과 회장을 지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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