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이사람/“대학강의 듣는 꿈 이제야 이뤘어요”

  • 입력 2003년 3월 4일 21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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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데 나이 제한이 있나요.”

60대 후반의 할아버지가 손자뻘 대학생들과 함께 만학의 꿈을 펼친다. 화제의 주인공은 3일 대구 영진전문대 국제관광계열에 입학한 최진영(崔鎭永·67·사진·대구 중구 남산3동)씨.

대구지역에서 조그마한 통신설비 회사 이사로 재직 중인 그는 입학식에서 “대학 강의를 듣는 평생의 꿈을 이제야 이루게 됐다”며 늦깎이 대학생이 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3남매의 맏이였던 그는 가세가 기우는 바람에 중학교 과정을 끝으로 일찌감치 사회 생활에 뛰어 들었다. 이어 스무살 무렵 부친마저 여읜 그는 가장 역할을 하느라 정상적인 진학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는 그러나 공부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어 이순(耳順)이 넘은 나이에 비로소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입학, 3년동안 단 한번의 결석도 하지 않고 지난 2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는 방송통신고 재학 중 국어(문학)와 영어, 일어 분야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였고 2, 3학년 과정 때 제출한 논문(리포터)이 전국 방송통신고 재학생 가운데 최우수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자녀들이 모두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한 그는 “가족들의 성원이 만학의 꿈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올 2학기부터는 일본어를 전공, 소학교(현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렴풋하게 익혔던 일본어를 제대로 배워 다양한 일본 문화 관련 서적을 읽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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