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생 이규창씨(24·대구 동구 신기동)는 18일 오전 학원에 가기 위해 대구지하철 1080호 전동차에 탔다가 연기에 질식돼 정신을 잃고 경북대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당시 응급실은 연기에 그을린 채 신음하는 환자들과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 의료진들로 뒤엉켜 아수라장이었다.
경황이 없었던 의료진은 이씨가 사망한 것으로 잘못 판단해 이씨의 얼굴을 흰 천으로 덮었다.
‘신원미상, 38세’의 사망자로 분류된 이씨는 흰 천에 덮인 채 영안실로 옮겨지기 위해 응급침대에 뉘어졌다.
그 무렵 이씨의 어머니 김모씨(54)가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집안일을 하다 지하철 참사 소식을 접한 김씨는 학원에 간 아들 이씨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했으나 응답이 없자 대구시내에서 가장 큰 병원인 경북대병원으로 달려온 것.
서둘러 응급실을 둘러보았지만 아들을 찾을 수 없었던 김씨는 신원미상의 사망자가 두 명이 있다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 사망자 쪽으로 다가갔다. 흰 천 밑으로 비어져 나온 발을 보고 아들임을 직감한 김씨는 흰 천을 들춰보았다. 아들이었다.
아들이 죽었을 리 없다고 생각한 김씨는 “내 아들을 살려달라”며 의료진에게 매달렸다.
의료진이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을 몇 차례 계속하자 아들의 발가락이 움직였다. 이어 응급처치를 받은 이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중대한 고비는 넘긴 상태.
극적으로 아들을 구한 김씨는 “부모들은 발만 봐도 아들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며 “같이 병원에 실려 왔던 다른 사람은 죽었는데 내 아들만 살았다고 좋아할 게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대구=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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