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大, 국내파 他大교수 영입

  • 입력 2003년 2월 14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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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 출신을 ‘필요조건’으로, 외국대학 박사학위를 ‘충분조건’으로 교수를 임용해오던 서울대에 국내 다른 대학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를 마친 교수가 정년을 보장받으며 ‘영입’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14일 서울대는 성균관대 수학과 이우영(李又英·48·사진) 교수를 수리과학부 교수로 임용했다. 이 교수는 성대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 학위를 마친 순수 국내파.

전체 교수 1546명 중 모교 출신이 95%나 되는 서울대가 다른 대학 출신을, 그것도 국내 대학 박사를 임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교수는 국내 다른 대학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정년을 보장받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 교수가 서울대 교수로 임용된 것은 탁월한 실력 때문. 해석학분야 국내 일인자로 2001년 대한수학회 학술상을 수상한 이 교수는 양자물리학의 근간이 되는 ‘작용소 이론(operator theory)’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수학회는 이 교수의 이론을 단행본으로 발간하기도 했다. 또 대한수학회 편집이사로 재직하면서 대한수학회 학술지가 국제과학논문색인인용(SCI)에 등재되는 데 공헌했다.

서울대는 지금까지 다른 대학 교수를 스카우트할 때 직급을 낮춰 부교수로 임용해왔으나 이 교수를 ‘모셔오기’ 위해 정교수에 정년을 보장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지난해 새로 임용된 서울대 교수 130여명 중 정교수로 임용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서울대 수리과학부 한종규(韓鐘圭) 학부장은 “이 교수는 학계에 명성이 있어서 이 교수를 모셔오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우리 학부 교수 모두 환영했다”며 “정년 보장은 훌륭한 교수에 대한 예우로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대측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도 이 교수를 뺏기지 않으려는 성균관대 때문에 막판까지 가슴을 졸였다. 성균관대는 이 교수의 연구를 돕기 위해 조교수급 ‘연구교수’를 특별 임용한다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학교에 남을 것을 권하는 동료 교수들의 호소를 뿌리치기가 쉽지 않았다”며 “그러나 교수들의 자유로운 대학간 이동이 학문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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