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거액 비밀지원 DJ노벨상 수상 공작"

  • 입력 2003년 2월 3일 0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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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국가정보원 직원이 지난달 30일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 독립신문 등 인터넷 게시판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한 비밀 프로젝트와 대북 이면거래 의혹을 폭로하는 글을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문제의 글을 쓴 장본인은 1993년부터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에 근무해온 김기삼씨(40). 경남 밀양 출신인 김씨는 84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해 졸업한 뒤 93년 안기부로 들어가 국내 정치담당과 대공정책실, 해외조사국, 대북전략파트 등에서 일했다. 2000년 10월 말 사직한 그는 2001년 11월 미국으로 건너가 지금까지 펜실베이니아의 해리스버그에 머물고 있다.

김씨는 이날 기자와의 국제통화에서 “지난달 말 한 인터넷 신문이 ‘여권 관계자가 2235억원을 북한에 보냈다고 시인했다’고 보도한 것을 보고 대북 송금의혹을 짜맞추기를 통해 대충 털어내려는 것이 아니냐는 느낌을 받았다”며 “많이 망설인 끝에 더 이상 진실을 숨길 수 없다고 판단해 미국에서 글을 올렸다”고 밝혔다.

김씨는 인터넷상에 ‘김기환’이란 필명을 쓴 데 대해 “어릴 적 집에서 불렸던 이름이었다”고 해명한 뒤 “인터넷에 뜬 내용은 내가 국정원 근무 중 직접 들었거나, 믿을만한 내부 정보원을 통해 확인한 내용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청와대 김모 실장이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프로젝트를 주도했다고 지목한 데 대해 “이종찬(李鍾贊) 당시 국정원장이 1998년 8월 비서실 산하에 대외협력보좌관이란 부서를 신설하고 김 실장을 특별채용했다”며 “나는 1999년 2월 대외협력보좌관실에 합류한 뒤 김 실장이 떠나는 5월 말까지 4개월간 같이 근무했기 때문에 김 실장의 역할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제16대 대통령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일시 귀국해 한나라당 핵심인사들을 만나 관련 내용을 제보했고, 국정원 간부들로부터 폭로하지 말아달라는 회유를 받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직한 배경에 대해 “현 국정원 내에서도 맡은 바 소임을 다하려는 훌륭한 직원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현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에 더 이상 동조할 수 없어 떠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인터넷에 올린 글 요지▼

김대중 대통령이 그토록 어처구니없는 대북정책을, 그토록 오랫동안 일관되게 잘못 추진한 근본 이유는 노벨상에 대한 지독한 노욕(老慾) 때문이었다. 김 대통령은 노벨상을 수상할 목적으로 국정원을 동원해 해외공작을 진행했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는 약 2조원에 달하는 뇌물을 제공했다.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이 제기한 현대상선의 4000억원은 이 돈의 일부분일 것이다. 이 돈은 1000만원권 수표 형태로 국정원에 넘겨졌고, 국정원은 주로 외교행낭으로 독일 프랑스 등 6개 지부를 통해 해외로 빼돌렸다. 이 돈은 현지에서 주로 유로화로 환전돼 북쪽으로 전달됐다.

김 대통령의 분신인 청와대 김모 실장과 김정일의 아들인 김정남은 이 일을 협의하기 위해 일본 등지에서 여러 차례 극비 접촉을 했을 것이다. 김정일은 이 돈으로 고폭(高爆)장치 등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핵심 물자와 40대의 신예 미그전투기, 잠수함 등을 카자흐스탄 등으로부터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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