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출어람'…최연소 교수 기록, 제자가 깼다

  • 입력 2002년 12월 26일 17시 35분


“또래끼리 같이 연구한다는 생각으로 수업을 할 생각입니다.”

군대를 다녀온 복학생과 비슷한 나이인 26세 청년이 대학교수가 됐다. 물론 국내 최연소 교수 기록이다.

성균관대가 26일 밝힌 2003학년도 전임교원 52명에는 올해 2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무선통신분야 박사학위를 받은 윤석호(尹錫皓·26·사진)씨가 포함돼 있다.

초등학교를 1년 일찍 들어간 윤씨는 93년 2월 경기과학고를 2년 만에 졸업하고 KAIST 전기전자공학과에 입학해 학사 4년, 석사 2년을 거친 뒤 곧바로 박사과정을 밟았다.

올 4월부터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후(Post Doc) 과정을 밟고 있는 윤씨는 전화 통화에서 “학생들과 서로 통하는 또래여서 연구나 강의가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기대도 하게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씨의 최연소 교수 타이틀은 자신의 스승인 KAIST 송익호(42·전기전자공학 전공) 교수로부터 넘겨받은 것이어서 더욱 뜻깊다.

송 교수는 88년 28세로 KAIST 교수에 부임해 화제를 모았는데, 내년에 윤씨가 27세로 교수에 부임하면 제자에 의해 최연소 교수 기록이 깨지는 셈이다.

윤씨는 97년 송 교수 제자로 들어가 무선통신분야를 공부하면서 선배들로부터 송 교수가 또래 혹은 나이 많은 대학원생과 함께 재밌게 연구한 이야기를 ‘전설처럼’ 들으며 대학원 과정을 보냈다.

강원 속초시가 고향인 윤씨는 초등학교 교장인 아버지 윤중학씨(56)와 어머니 심영숙씨(52)의 2남 중 장남이다.

동생인 석현씨(24)도 KAIST에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병역특례업체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는 “3, 4세 때 남들보다 조금 일찍 한글을 깨친 뒤 동화책과 과학책을 좋아한 것 외에는 특별한 재능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윤씨는 “학문을 하는 데 특별한 왕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주어진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남들과는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한 뒤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