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그룹 로비 수사전말]"뇌물용"진술받고도 소환안해

  • 입력 2002년 12월 15일 19시 36분


한나라당이 보성그룹 김호준(金浩準) 전 회장의 정치권 로비설과 관련된 검찰의 수사기록을 입수해 공개하며 검찰이 이 사건을 은폐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검찰은 현재 한나라당의 구체적인 주장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다만 내사기록과 수사기록은 다르며 피고인을 재판에 회부할 때 제출하는 수사기록엔 모든 내사기록을 편철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주장 가운데 검찰이 수사기록 중 일부를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은 점 등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나 수사 중단 및 일부 기록이 빠진 경위 등에 대해 의혹이 일고 있다.

▽검찰수사 전말〓검찰이 나라종금의 퇴출 저지를 위한 정치권 로비 의혹에 대한 내사를 시작한 시점은 올 4월.

나라종금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보성그룹의 2조원대 공적자금 운용 비리에 대해 수사 중이던 대검 공적자금비리 합동수사반은 4월20일 최모씨의 자택과 집을 압수수색해 비자금 사용처가 담긴 컴퓨터 파일을 입수했다. 이 파일에는 230억원대의 비자금을 23개의 차명계좌에 넣고 운용한 상세한 기록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6월13일 김 전 회장을 불법대출 등의 혐의로 구속한 뒤 약 1주일 동안 수차례에 걸쳐 최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비자금 사용처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최씨는 “김 전 회장의 지시를 받고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측근인 A씨와 Y씨에게 각각 2억원과 5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으며 진술 내용은 조서로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검찰은 A씨와 Y씨를 소환 조사하지 않았으며 최씨의 진술조서 및 관련 기록 일부가 김 전 회장의 공판기록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의혹〓따라서 A씨와 Y씨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 및 진술조서 등이 재판기록에서 빠진 경위 등에 대한 검찰의 해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6월 최씨가 돈 전달 사실을 시인하는 진술을 한 직후 수사팀 내부에서는 A씨와 Y씨에 대한 소환 조사 여부를 놓고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최씨에게서 비자금 사용처에 대한 진술을 확보해 조서를 작성한 검사가 대검 중수부의 ‘이용호 게이트’ 수사를 돕기 위해 파견을 나간 뒤 김 전 회장이 기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 당시 법원으로 공판기록이 넘어갔는데 이때 진술조서 일부가 공판기록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져 검찰 내부에서는 당시 정치권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꺼린 수사 간부 가운데 누군가가 일부러 누락시킨 게 아니냐는 말도 나돌고 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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