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벽-최성애 부부의 교육법]˝잔소리 대신 질문 던져요˝

  • 입력 2002년 12월 10일 16시 27분


최성애 박사(왼쪽)와 조벽 교수 부부./ 원대연기자
최성애 박사(왼쪽)와 조벽 교수 부부./ 원대연기자
《미국 미시간대 공대 조벽 교수(46)는 대학에서 최우수 교수상을 두번이나 수상한 교수법 분야의 1인자다. 조 교수의 동갑내기 부인인 최성애 박사는 미국의 컬럼비아대와 시카고대에서 심리학과 인간 발달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교육 심리 전문가이다. 교육전문가 부부의 자녀 교육법이 궁금해 최근 우리나라를 찾은 이들을 만났다.》

교육 전문가 부부의 자녀 교육법이 궁금해 최근 우리나라를 찾은 이들을 만났다. 조 교수 부부는 주위에서 “교수법의 1인자와 교육 심리 전문가가 만났으니 자녀들은 최고로 키우겠군요” 하는 인사를 많이 듣는다고 했다.

“하지만 저희 가족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렇게 충고하지요. ‘너희 부부가 애들 하버드대 못 보내면 무슨 창피냐. 그렇게 키우지 말아라’고요. 미국에서도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과외를 열심히들 시키는데 저희는 그렇지 않거든요.”

최근에는 해냄출판사에서 ‘우리아이 인재로 키우는 최성애 조벽 교수의 HOPE 자녀교육법’이란 책을 공동으로 펴냈다.

목표 제시가 필요한 ‘성취형(High achiever)’, 넓은 안목으로 지켜봐야 하는 ‘체제거부형(Outsider)’, 성실성을 북돋워줘야 하는 ‘착실형(Pleaser)’, 학업 외의 소질 개발에 관심을 쏟아야 하는 ‘내맘대로형(Easy-going)’까지 유형별로 자녀 교육법을 달리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조 교수 부부는 슬하에 아들(16·10학년·고교 1년에 해당)과 딸(13·8학년)을 두었다.

남매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한두시간 운동이나 합창 연습을 하고 집에 와서는 저녁식사 후 숙제를 하다 잔다.

주위에서 우려하는 대로 조 교수 부부는 남매가 명문대학에 떡 하니 붙어 줄지는 자신이 없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최선의 교육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는 믿음에는 흔들림이 없다.

“아침에 깨우지 않아도 아이들 스스로 일어납니다. 학교에 가는 일에 가슴 설레 하고 학교가 파한 뒤에는 웃는 얼굴로 돌아옵니다. 이것이 아이들이 잘 크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가 아닐까요.”

남매가 어려서 말이 통하지 않을 때는 매도 들고 텔레비전도 없앴다.

아이들이 10대가 되자 부부는 아이들이 책임질 수 있을 만큼의 자율성을 주기로 했다. 잔소리 대신 매일 다섯가지의 질문을 던졌다.

아침 식탁에 앉으면 남매는 조그만 메뉴판에 적힌 세 가지 질문을 보게 된다.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어떻게 하고자 하는가.

왜 하고자 하는가.

남매는 세 가지 물음을 속으로 되뇌며 ‘진실인가, 최선인가, 내게도 남에게도 베푸는 일인가’를 기준으로 오늘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를 점검한다.

저녁 식탁에서는 다시 두 가지 질문과 마주한다.

나를 위해 한 일이 무엇인가.

남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인가.

식구 많은 집에서 자란 부부는 남매가 삶의 다양한 모습과 역할을 경험할 수 있도록 자원봉사 활동을 권하고 있다.

남매는 혼자 생활하는 노인을 찾아가 말 동무 역할을 하고 가정 형편이 어려운 이웃의 초등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며 형과 누나 노릇을 한다.

“그러다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해마다 5, 6월 고교 졸업 때면 미주 신문에 한인 2세 누구누구가 수석 졸업한다는 내용이 대문짝만하게 나옵니다. 하지만 4, 5년 후 대학 수석 졸업을 했다는 기사는 나오지 않습니다. 대학 졸업 후 한참이 지나도 미국 사회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은 별로 없지요. 단기적인 성공이 장기적인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조 교수)

“미국의 대학 입학생 가운데 40%가량은 25세 이상의 고령자들입니다. 18세에 대학에 들어가 졸업 후 배운 내용을 평생 써먹으며 살아가는 산업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평생 공부해야 하고 대학은 원하는 사람이면 언제나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으로 바뀌고 있습니다.”(최 박사)

부부는 “자녀가 비범한가를 묻기보다 ‘어떻게’ 비범성을 발견해줄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