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장태산휴양림 일군 임창봉씨 별세

  • 입력 2002년 12월 4일 18시 15분


“흙과 나무는 속이지 않는다. 나는 여생을 나무와 함께 살련다.”

30년동안 사재 200억원을 투자해 대전 서구 장안동 장태산휴양림을 조성한 독림가(篤林家) 임창봉(林昌鳳·81·사진)씨가 3일 충남대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의 삶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았다”며 그의 명복을 빌었다.

임 씨는 1973년 토건업으로 번 돈을 모두 나무를 심고 가꾸는데 쏟았다.

당시 어지간한 재력가들은 서울 강남지역 등 부동산투기에 혈안이 됐던 시절.

그러나 임 씨는 나무와 숲에 대한 철학과 애정을 고스란히 실천하며 30여년동안 23만여평의 장태산을 조성해 왔다.

나무와 더불어 살아 온 그는 인생 후반기에 행복하면서도 불행했다.

장태산이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정착할 무렵인 2000년 11월경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겪으면서 휴양림 때문에 빌어 쓴 40여억원에 대한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해 장태산을 금융권에 넘겨야 했다.

특히 일부 종교단체가 이곳을 사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그는 “장태산을 시민의 품에 넘기고 싶다”며 네명의 아들을 설득해 부채탕감을 조건으로 장태산 전체를 대전시에 넘겼다.

평생 터전을 시민에게 내 준 임 씨는 이후 장태산 한 구석 컨테이너에서 생활해오다 결국 당뇨병 등 합병증에 시달리다 8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맏아들 재문(在文·54)씨는 “마지막까지 시민품으로 돌아간 장태산 나무들이 건강하게 자라길 바란다는 말을 남기셨다”고 전했다. 대전시와 산림청 등은 이날 빈소에 조화를 보내며 명복을 빌었다. ‘대전 8경’중의 하나인 장태산휴양림은 연간 30여만명이 찾고 있으며 올 초 대전시가 인수해 2004년 재개장을 목표로 현재 리모델링 중이다.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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