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걸씨 선고공판 연기…형제 중형 피하기 의혹

  • 입력 2002년 10월 31일 19시 08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둘째아들인 홍업(弘業)씨 선고 공판을 하루 앞둔 31일, 이날로 예정됐던 동생 홍걸(弘傑)씨에 대한 선고 공판이 다음달로 연기됐다.

재판부는 “오늘 선고를 할 예정이었으나 홍걸씨측에서 자료 제출을 이유로 선고 기일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해 다음달 11일로 선고를 연기했다”고 밝혔다.

선고 연기는 주로 변호인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확보했을 때 재판부에 신청하는 것으로 피고인이 구속 중인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홍걸씨측에서 선고 연기를 신청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홍걸씨측이 형 홍업씨에게 무거운 형량이 선고될 경우 자신에게는 동정론이 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홍업씨가 먼저 중형을 선고받으면 홍걸씨 변호인측에서 “형제 모두 중형을 받는 것은 피하게 해달라”며 재판부에 호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홍걸씨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형사23부(김용헌·金庸憲 부장판사)는 9월 서울시교육위원 선거와 관련해 지방교육자치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서모씨에 대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반면,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서씨의 아들에 대해서는 벌금 300만원만 선고한 전례가 있다.

또 이번 선고 연기는 대통령 아들이라는 특수한 지위에 있으면서 비슷한 죄를 지은 형제가 하루 간격으로 나란히 선고를 받게 될 경우 대통령 일가에 대한 여론이 나빠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측도 재판부에 “형제가 줄지어 선고를 받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홍걸씨측 변호인인 조석현(曺碩鉉) 변호사는 “선고 연기 신청은 김 대통령의 과거 민주화운동 전력에 대한 자료와 피고인에 대한 지인들의 탄원서를 모아 제출하기 위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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