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내년 3월 출국시한…대체일손 확보경쟁

  • 입력 2002년 10월 28일 19시 37분


‘사원 소개로 입사한 직원에게 6개월 이상 근무시 20만원 인센티브 지급.’

26일 오후 인천 남동구 고잔동 남동공단 금속제조업체인 K사 구내식당과 관리사무실에 걸린 사원모집 공고 내용이다.

이 업체는 5월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실시한 ‘외국인 불법체류자 자진 신고’ 이후 신고를 마친 외국인 2명을 고용했지만 두 달 전 급여를 더 주겠다는 업체에 빼앗기자 고육책을 마련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시적으로 합법 체류를 인정받은 외국인 근로자가 내년 3월 출국하면 일손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는 생각에 미리 일손 찾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출국을 앞두고 남동공단과 경기 안산시 시화공단 등의 중소제조업체들이 대체 인력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손 구하기 실태〓시화공단에서 동파이프를 조립 생산하는 서암코바㈜의 김태차 사장(59)은 최근 외국인 근로자들의 월급을 10만원씩 올려줬다. 알아서 급여를 올려주지 않으면 언제 다른 업체로 옮겨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중소제조업체가 불법 외국인 근로자의 ‘양성소’가 될 날도 머지 않았다”며 “내년 3월에 대비해 불법 외국인 근로자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지만 업체들이 급여를 너무 올려 대책이 없다”고 푸념했다.

이런 어려움을 틈타 최근에는 인력을 소개하는 전문브로커가 등장해 활개를 치고 있다. ‘인력파견회사’라는 간판을 내건 브로커들은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들을 평균 10∼20명씩 확보하고 있다.

브로커들은 주로 작업량 폭주로 일손이 달리는 업체를 찾아가 일정 기간 일하는 조건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파견해 주고 소개비를 챙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브로커는 3∼6개월 단위로 계약을 한 뒤 느닷없이 임금 인상을 요구해 업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인력을 빼 다른 업체로 옮기는 등의 횡포를 부리기도 한다. 불법 체류 외국인을 고용했다는 점 때문에 신고를 못하는 약점을 노린 것이다.

현재 안산시 원곡동 일대를 중심으로 4, 5개 브로커조직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난 해결 방안은〓제조업체들은 외국인 연수생의 근무 연장 권한을 업체에 주고 지금의 근무 연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법적으로 5월 이후 입국한 연수생들의 근무기한은 1년이고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시험이나 연수를 통과한 사람에 한해 2년 연장이 가능할 뿐이다.

업체들에 따르면 이런 제약 때문에 제대로 기술을 가르칠 시간도 없이 연수생들이 빠져나가고 또 연장이 불가능한 연수생의 경우 귀국을 앞두고 도주해 불법 체류 신분으로 전락한다는 것.

업체들은 고용 중인 연수생이 나가기 2개월 전에 신규인력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현 제도도 4, 5개월 전에 요청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인력공백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남동공단 ㈜한국모노 이규연 사장(50·여)은 “업체가 연수생의 근무 연장을 결정할 권한을 갖는다면 지금의 인력난이 한결 완화될 것이고 귀국 예정인 연수생들의 불법 체류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박영일(朴永一·54) 교수는 “주로 3D 업종으로 분류된 업체들이 인력난을 겪고 있는 만큼 내국인이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 조성과 임금 인상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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