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피플]'우리-美 문화체험학습' 운영하는 김선미주부

  • 입력 2002년 9월 1일 17시 49분


김선미씨가 경기 의왕시 청계산의 천연염색 학습장에서 치자를 이용해 물들인 노란색 옷감을 살펴보고 있다. - 의왕=남경현기자
김선미씨가 경기 의왕시 청계산의 천연염색 학습장에서 치자를 이용해 물들인 노란색 옷감을 살펴보고 있다. - 의왕=남경현기자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사는 주부 김선미씨(40)는 올 7월부터 분당지역의 아이들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전통의 멋을 체험할 수 있는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씨가 ‘우리-미(美) 문화체험학습’ 이라는 이름으로 7월 중순부터 시작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에는 현재까지 유치원생과 초중학생, 학부모 등 모두 100여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재료비 등 1인당 1만3000원을 내고 3일 동안 분당 인근에 있는 의왕 청계산 자락의 ‘참나무와 도토리 현장학교’에서 천연염색을 체험하고 도예공방, 허브농장 등을 찾아가 도예와 공예 등을 배웠다.

이들은 치자를 끓인 물에 흰 손수건 등을 담그면 물드는 노란색의 아름다움에 반했고 주위에서 흔히 볼수 있었던 황토가 염색재료가 된다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또 인공 염색의 경우 수질오염의 우려가 높다는 환경교육도 받았다.

직접 만든 막사발과 꽃병 등에다 가훈을 써 넣어보고 향긋한 허브의 오일을 이용해 허브비누와 허브양초를 만들기도 했다.

김씨는 오는 7일 의왕 청계사 부근에서 ‘여름 별자리 탐사’ 프로그램을 열 계획이다. 이동 천체망원경을 이용해 참가자들이 직접 별자리를 탐사하는 것이다.

평범한 주부였던 김씨가 이같은 활동을 하게 된 것은 3년 전부터 성남YMCA 주부아카데미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갯벌 견학, 우리먹거리 체험, 생태학습 등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깨달았기 때문. 김씨는 외국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아이들에게 우리의 것을 체험토록 하고 싶은 마음에서 프로그램 명칭을 ‘우리-美’로 붙였다.

“삭막한 ‘콘크리트 숲’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이같은 체험학습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체험학습장 등의 도움 약속을 받고 혼자 인근 아파트단지에 홍보전단을 붙이고 아이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도 글을 올려 참가자들을 모았다.

김씨는 “처음에 ‘지원자가 없으면 어떻게 하나’ 망설였는데 기대 이상의 호응이 있었다”며 “처음엔 말도 하지 않고 서먹서먹하던 아이들이 말을 트고 나중에는 친형제처럼 친해지는 등 공동체 삶을 배우는 것이 체험학습을 통해 얻는 또 하나의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반드시 부모가 동참해야 한다. 부모와 아이들이 열린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다보면 이해심이 생기고 대화단절 등의 가정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 김씨의 믿음이다.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김씨의 두 자녀도 체험학습에 참여하면서 혼자 학원에 가고 숙제도 알아서 하는 등 자립심이 커졌다. 또 김씨의 남편인 진형우씨(40·회사원)도 좋은 일을 한다며 청소 등 집안일을 적극적으로 거들고 있다는 것.

김씨는 최근 인터넷에 동호회(cafe.daum.net/woorimi)를 만들어 행사내용을 소개하고 있는데 앞으로 가족 3대가 참여하는 ‘예절교육 프로그램’이나 무료한 노인들을 위한 여가선용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성남〓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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