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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14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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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차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기업 시민공동위원회’는 개정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강화된 배출가스 기준을 맞추지 못해 7월1일부터 단종 위기에 처한 국산 3종의 다목적형(RV형) 경유차 가운데 싼타페(현대자동차)를 구제하는 대신 갤로퍼 스포티지 레토나 등 구형 기계식 엔진을 탑재한 경유차종을 단종시킨다는 내용의 ‘배출가스 저감 이행계획서’를 마련, 환경부-기업-시민단체 3자가 서명하기로 6월 합의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승용차 분류기준을 바꿔 싼타페를 구제하도록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까지 마쳤으나 현대와 기아자동차측이 “산자부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합의안 이행계획서에 서명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
이들 회사와 환경부에 따르면 산자부는 “시민단체와의 정책 합의는 전례가 없는 일이며 이는 일종의 ‘신종 기업규제’”라며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합의안에는 절대로 서명해서는 안 된다”며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측은 “우리는 구형 차량을 단종시킴으로써 대기오염을 줄일 의지가 분명하지만 산자부가 서명 거부를 종용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자부 홍기두 자본재산업국장은 “정부가 일일이 시민단체의 허락을 받고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가”라며 “이런 방식의 행정은 다른 행정 분야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문제가 아니며 기업으로서도 새로운 규제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부 관계자는 “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며 당사자도 아닌 산자부가 환경부 일에 간섭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경유차공동위원회 소속 환경단체들은 14일 성명을 통해 “배출가스를 자발적으로 저감하려는 기업의 노력을 지켜보고자 어렵게 합의를 이뤘는데 산자부가 반대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자동차회사들이 이번 주말까지 이행계획에 서명하지 않을 경우 지금까지의 모든 합의를 백지화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응분의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주장했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