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엑스포아파트 '공포의 엘리베이터'

  • 입력 2002년 7월 18일 22시 21분


대전시내 단일 단지로서는 최대 규모인 유성구 전민동 엑스포아파트(3958가구)에서 최근 ‘승강기 괴담’이 나돌고 있다.

지은 지 10년 밖에 안된 이 아파트의 승강기가 잦은 고장을 일으키자 주민들은 “이러다간 희생자가 나오고 말 것”이라며 공포감에 떨고 있는 것.

이 아파트 관리회사인 대한주택과 승강기 설치·관리업체인 LG오티스,동양엘리베이터에 따르면 올들어 이 아파트 114대의 승강기가 고장을 일으킨 건수는 무려 625건. 하루 3∼4건의 고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통계치로 이달 들어서만 10여차례 고장을 일으킨 승강기도 있다.

지난 6일 105동에서는 한 가족 3명이 승강기에 탑승한 채 올라가다 1∼2층 사이에서 멈춰서는 바람에 간신히 탈출했다.

불과 며칠 후 같은 승강기가 6층에서 갑자기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13일 하루에만 3차례 고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날 엑스포아파트에서는 모두 15대가 동시 고장을 일으켰으나 승강기마다 ‘안전점검 확인증’ 스티커가 붙어 있다.

고장이 계속되자 주민들은 불안감을 넘어서 공포감까지 느끼고 있다.

집값 하락을 우려해 쉬쉬하다 이제는 반상회를 여는가 하면 18일에는 관리사무소에 찾아가 항의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주민들은 “입주자들이 월 수백만원씩 승강기 관리비를 지불하고 있으나 고장이 끊이지 않는다.차라리 이사가는게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또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승강기 관리업체 및 행정기관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대한주택 측은 “92년 설치당시 LG오티스의 창원공장 생산제품과 동양엘리베이터의 버튼부위에 하자가 있다는 얘길 들었다”고 밝힐 뿐 이렇다할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엄용기(嚴龍基) 대전지역본부장은 “한 승강기에서 1개월에 3회 이상 고장을 일으키면 특별관리대상으로 지정해야 하나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는 들어본 바 없다”며 “실태파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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