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외 받은 高2 되레 2.5등 하락

  • 입력 2002년 5월 21일 18시 06분


초중고교생 사이에 과외와 선행학습이 성행하고 있지만 실제로 성적 향상에는 큰 효과가 없다는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학부모들이 자녀가 남에게 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과외에 많은 돈을 쏟고 심지어 1, 2학년까지 선행학습을 시키는 현상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선행학습 효과 의문〓KEDI는 지난해 서울지역 중2, 중3, 고2 학생 2155명의 2000년과 2001년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의 내신 성적을 과외 여부에 따라 분류 조사했다.

과외를 하는 학생도 △3월 개학 이후 학교공부와 병행한 경우 △겨울방학부터 선행학습을 한 학생 △6개월 이상 장기간 선행학습 등 3개군으로 나눴다. 그 결과는 겨울방학에 다음 학년 진도를 미리 배우는 선행학습이 성적 향상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어의 경우 비과외집단은 1년 전에 비해 성적이 0.52등(100등 기준) 떨어진 데 비해 학교 진도에 맞춰 과외를 한 경우는 2.8등 상승했다. 반면 겨울방학 때 선행학습을 한 집단은 0.25등 올라갔고 장기간 선행학습을 한 집단은 오히려 1.13등 떨어졌다.

영어도 학교 진도와 병행해 과외를 한 집단은 2.55등 올라간 반면 비과외집단은 0.92등, 겨울방학 선행학습집단은 0.15등, 장기간 선행학습 집단은 0.76등 떨어졌다.

수학도 학교진도와 병행한 과외집단은 0.34등 올라간 반면 비과외집단은 1.35등, 겨울방학 선행학습 집단은 0.4등, 장기간 선행학습집단은 1.83등 하락했다.

▽중학교선 반짝 효과〓이를 학년별로 나눠 살펴보면 선행학습 효과가 학년별로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짐작할 수 있다.

국어의 경우 성적이 중2는 비과외집단이 1.79등, 선행학습집단은 1.38등 올랐다. 중3은 비과외집단이 1.39등 오른 반면 선행학습집단은 0.29등 하락했다. 고2는 비과외집단과 선행학습집단이 각각 1.66등, 0.77등 떨어져 고학년으로 갈수록 선행학습 효과가 떨어졌다. 영어는 비과외집단도 성적이 떨어지지만 선행학습을 한 집단도 계속 떨어져 투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학은 비과외집단이 0.72∼1.57등 떨어진 반면 선행학습집단은 중2 때 2.12등, 중3 때 1.48등 상승하다가 고2 때 가서는 2.47등 떨어졌다.

이를 종합하면 영어와 수학은 중학교 단계에서는 ‘반짝 효과’가 있어 선행학습이 성적 향상에 약간 도움이 되지만 고학년으로 가면서 효과가 계속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공부 태도가 중요〓전문가들은 과외나 선행학습의 효과에 대한 맹신을 버려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과외가 단기간에는 성적 향상에 기여할 수 있지만 과외에 집착하다 보면 학생 스스로 공부하려는 의지가 없어져 결국 학습능력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중3, 고3 자녀를 둔 서울 강남의 박계선씨(여)는 “아이들에게 선행학습을 시켜보았지만 학교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는 바람에 성적도 떨어져 과외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중앙대 강태중(姜太中·교육학) 교수는 “학부모들이 과외를 미신처럼 믿는 경향이 있지만 결국 자녀의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혼자서 꾸준히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학생이 나중에는 학업 성취도가 더 높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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